정승원 기자 입력 : 2024.08.13 00:03 ㅣ 수정 : 2024.08.13 00:05
일본의 초저금리 활용해 엔화 빌려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일본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이후 청산규모 급격히 증가하면서 증시의 뇌관으로 부상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엔 캐리 트레이드가 증시 지뢰로 떠오르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하여 엔화로 자금을 빌려 다른 고금리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하는데, 일본중앙은행이 최근 금리를 올리면서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중앙은행은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의 종료를 알리며, 최근 기준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일본중앙은행은 앞서 지난달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기존 0~0.10%에서 0.25%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경제의 회복세와 물가 상승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중앙은행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으로 인해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본의 낮은 금리와 다른 국가의 높은 금리 격차를 이용해 엔 캐리 트레이드에 의존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 확실해보여 금리격차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인데, 일본의 금리인상은 이같은 수익창출 구조에 치명적인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가 어느정도 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011년 이후 일본의 저금리정책에 힘입어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최소 5000억달러에서 최대 수조달러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히 금리를 인상한 것과 달리, 일본은 가장 최근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자가 거의 없는 엔화 대출을 받아서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5% 이익을 거두는 것은 안 하면 이상한 일 같았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존 오서스는 빅 테이크 데일리 팟캐스트에서 “2000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투자 수익보다 엔화를 빌려서 페소화에 투자한 경우 수익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인상은 엔화강세를 촉발했고, 그로인해 차입한 엔화의 상환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의 매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11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 가운데 지난 몇 주간 약 2000억달러어치가 청산됐으며, 이는 예상 청산 규모의 4분의 3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일본중앙은행 관리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최근 몇 년간 캐리 트레이드가 비이성적으로 많이 이용됐기 때문에 언젠가는 크게 청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룸버그통신은 일본중앙은행의 정책 변경과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촉발된 지난주 시장 급락이 '짧은 진동'에 그친 것으로 보이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엔화를 포함한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4분의 3이 청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주 밝혔고, 시티그룹 측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일단은 '위험 구역'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존스트레이딩의 데이비드 루츠는 “현재로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히 시장 모든 것의 진원”이라고 말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