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버린 뉴욕증시 주간거래, 현지 대체거래소 일방적인 주문취소에 투자자들 단체행동 채비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에서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 대체거래소가 갑작스런 주가급락과 주문폭주를 이유로 이미 체결된 주식거래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비정상적인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며 금융당국에 대대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한후 주말을 보내고 새로 장이 열리기 앞선 지난 5일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지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과 협약을 맺고 미국증시가 끝난 새벽시간, 한국의 낮 시간대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이른바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한국시간으로 미국증시의 애프터마켓이 끝나는 오전 9시부터 프리마켓이 시작되는 오후 5시까지 제공된다.
문제는 한국시간 5일 뉴욕증시가 열리기 전인 프리마켓 전에 투자자들이 급락한 주식을 잡기 위해 증권사들을 통해 주간거래 주문을 냈던 것이 일괄적으로 취소처리되면서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현지 대체거래소의 결정이라며, 이날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주식거래가 취소될 것임을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그러면서 2시45분 이후 주식체결이 이뤄진 계좌에 대해 주문취소과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주문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한다고 통보했다.
저가에 미국주식을 잡은 투자자들은 이미 체결된 주식거래가 취소된다는 것도 황당한데, 프리마켓과 정규장이 열리고나서도 주식거래를 할 수 없게된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증권사들은 현지 대체거래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국내증권사들은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과정에서 현지 대체거래소는 일방적으로 이미 체결된 주식거래를 취소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규모가 작은 현지 대체거래소가 갑작스런 주가급락과 주문폭주로 인해 주문거래 소화가 어렵다고 보고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증권사가 수탁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에 해당한다. 더욱이 이미 체결된 주식거래를 뚜렷한 이유없이 취소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비정상인 결정이다.
하지만 미국의 주간거래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엄격한 감독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 거래인데다, 블루오션이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문제가 꼬여도 단단히 꼬여버린 것이다.
이미 체결된 주문이 취소되면서, 저가에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차익을 얻을 수 없게 됐을뿐더러, 주문취소 과정에서 프리마켓은 물론, 정규장이 열리고도 한참이나 주식주문을 내지 못해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건수만 100여건이 넘으며,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추정 손실금액은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내 증권사들은 모든 사태의 책임을 블루오션 측에 떠넘기고 있다. 주문취소는 현지 사정으로 인한 혼란으로 이를 중개하는 국내 증권사들은 책임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블루오션 또는 블루오션 거래소를 이용하는 미국 브로커와의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도 뚜렷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투자자와 국내 증권사간 문제라기 보다 현지 대체거래소가 원인을 제공한 사태로 보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내놓은 중재안은 일단 투자자와 증권사간 자율 조정을 진행해 보고 그 후에 판단하겠다는 어정쩡한 내용이다.
증권사들은 거래취소로 인한 대혼란을 겪은 이후 주간거래를 완전히 재개하지 않고, 일부 종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아예 주간거래 서비스를 중단하고 후유증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