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최태원 SK회장, '노태우 300억 비자금' 진위 가리는 정면승부 펼친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8.07 05:00 ㅣ 수정 : 2024.08.07 05:00

최태원 SK회장 측, 대법원에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 제출
최 회장측, 상고이유서에 '300억 비자금' 관련 2심 법원 판단 반박
노 관장 변호인 최재형 변호사, 조희대 대법원장과 친분 두터워 '논란'
조희대 대법원장, 구설수 피하기 위해 스스로 사건 회피 가능성 남아
변호사-대법원장 친분이 재판 결과에 악영향 미치면 사법신뢰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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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른바 '노태우 300억 비자금' 진위 여부를 따지는 정면승부 카드를 꺼냈다. 

 

이를 위해 최태원 회장은 500쪽에 이르는 상고이유서를 5일 대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上告)는 법원의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판결을 신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상고를 신청하는 구체적 사유를 작성한 문서가 상고이유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조만간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적으로 심리에 착수하면 노태우 전(前) 대통령의 '300억 원 비자금' 진위와 주식 가액 등을 놓고 최 회장 측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치열한 법리 다툼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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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재판 항소심 판결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스투데이]

 

■ 최태원 회장 측 상고이유서 제출…'300억원대 비자금'이 핵심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해 소송 3라운드의 막이 열렸다. 

 

이혼 소송 1심에서는 ‘SK주식 재산분할 여부’가, 2심에서는 ‘노소영 관장의 재산 기여도’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노 관장이 2심에서 승기를 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아버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 사실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 측은 300억원 비자금 진위 여부를 전면으로 다툴 것을 예고해 이를 둘러싼 양측 간 첨예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상고이유서는 소송에서 다뤄질 내용을 간추려 담는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2심 법원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열린 2심 재판에서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에 6공화국(6공(共)) 당시 노 대통령이 사돈 故 최종현 선대회장 등에게 300억원대 비자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노 관장 측은 약속어음 및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 메모를 제출했다. 이 메모에는 ‘선경 300억’, ‘최 서방 32억’ 등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메모 내용이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1991년경 노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원고 부친 최 선대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했다”며 “최 선대회장의 본래 개인 자금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유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태평양증권 인수 과정이나 SK 이동통신사업 진출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최 선대회장에게 일종의 보호막·방패막 역할을 한 것”이라며 “이후에도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2심 재판부는 300억원 비자금을 사실로 판단하고 이를 노 관장의 SK 기업가치 증가와 경영활동 기여도를 인정하는데 반영했다. 

 

최 회장 측은 2심 재판부 결정에 '치명적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측은 △SK그룹 성장 과정에 노 전 대통령 기여가 있었다는 주장 △최 회장이 2018년 친족에게 증여한 SK 지분까지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 점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한 후 주당 1000원으로 다시 고친 점 등을 치밀하게 반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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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 = 연합뉴스]

 

■ 노소영 변호인-대법원장 간 친분 관계에 재판 공정성 '도마 위'

 

1심과 2심에서 각각 한 번씩 승소를 거둔 양측은 대법원 상고심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양측은 최근 상고심을 이끌어갈 새로운 대리인들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은 홍승면 변호사(60·사법연수원 18기)를 선임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홍 변호사는 판사 시절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등을 지냈으며 사법행정 및 법리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홍 변호사는 여러차례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엘리트 법조인’이다.

 

그는 이번 최 회장 소송뿐만 아니라 모친 및 여동생과 상속재산 분쟁 소송 중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대리인을 맡는 등 국내 재계 굵직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홍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51·28기)·민철기(50·29기)·김성우(55·31기)·이승호(49·31기) 변호사를 추가 선임했다.

 

이에 맞서 노 관장 측은 전(前) 국민의힘 의원 출신인 법무법인 하정 소속 최재형 변호사(68·13기)와 강명훈 대표변호사(68·13기)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전 의원은 2012년 9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대전지방법원장과 대전가정법원장을 겸임했으며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서울가정법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데 최 전 의원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 최 변호사, 강 변호사는 모두 서울대 법대 연수원 13기 동기다.

 

2021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최 변호사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자 조 대법원장이 최 변호사에게 1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졌다.

 

당시 조 대법원장 후보자는 최 변호사와의 관계에 “대학 및 연수원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라고 답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조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최 변호사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조 후보자와의 30년 인연을 강조하며 조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에 힘을 실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 관장이 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은 조 대법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통해 대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송사에 휘말린 사람은 보이지 않는 힘에라도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사건을 수임하는 브로커나 전관 변호사가 이러한 의뢰인 심리를 이용해  담당 판사와의 친분을 드러내며 홍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와 같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법관이 대리인 변호사와의 친분관계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사실관계를 해석하고 비논리적으로 법리를 적용한다면 질타를 받는 것은 물론 해당 법관 개인 경력에 중대한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며 "자칫 사건당사자 및 국민의 사법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최 회장-노 관장 이혼 소송은 전국민 관심을 받고있는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장이 대리인과의 친분 때문에 노 관장에게 유리한 결론을 유도할 가능성도, 다른 대법관들이 이에 따를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 관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행법에는 담당 법관의 특수한 신분 관계나 경험으로 불공정한 재판이 진행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제도로 법관의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있다.

 

형사·민사소송법상 회피는 법관 스스로 해당 재판에서 배제되도록 요청하는 제도이며 제척은 특정사유에 따라 법관을 자동배제하는 제도다. 

 

기피는 소송당사자가 법관 교체를 직접 신청하는 제도로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거나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실제 과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부사장의 재산분쟁 당시 판사·변호사 친분으로 재판부가 변경된 사례가 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소부(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통상의 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에는 담당 법관으로 배정되지 않고 전원합의체 사건(대법관 전부 참여)에만 참여해 제척·기피·회피 제도는  이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었을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법관과 담당 변호사와의 친분은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최태원 회장 측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기피를 신청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변호사와의 친분으로 기피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이 사건에서도 기피신청이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사건을 회피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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