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14)]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은 국방부의 ‘DX KOREA 2024’ 후원 승인…방산업체의 전시회 자율 선택 조건 마련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7.22 14:49 ㅣ 수정 : 2024.07.23 14:14
더 이상 ‘갑’의 눈치 살피지 않고 시장 논리에 따라 참가 원하는 전시회 선택 가능해져 “신원식 장관이 사적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방산업계 입장 고려해 대승적 결정한 듯”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국방부는 지난 4일 디펜스엑스포(IDK)가 주도하는 지상무기전시회인 ‘DX KOREA 2024’의 후원을 뒤늦게 결정하고, IDK에 공문을 보내 9월 25∼28일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국방부 명칭 사용을 승인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국방부는 육군협회가 올해 새롭게 만든 ‘KADEX 2024’만 후원 명칭 사용을 승인하고, 이미 5회의 개최 실적이 있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DX KOREA 2024’의 후원 요청은 승인을 미뤄왔다.
후원 요청을 외면해오다 바꾼 배경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KADEX와 DX KOREA는 경쟁 관계이지만 개최 장소와 시기가 달라서 둘 다 국방부 후원 명칭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후원 승인에 이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도 곧 후원명칭 사용을 승인할 예정이어서 방산업체가 전시회를 자율 선택할 조건이 마련돼 기울어진 운동장이 비로소 바로 잡혀가는 분위기다.
■ MICE 전문가들, 전시회 개최 장소의 ‘접근성’과 ‘인프라’ 중요성 강조
그동안 국방부의 편파적인 후원 승인과 관련해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사적 인연에 얽매여 의도적으로 한쪽만 승인을 내주었다는 얘기가 간간이 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IDK의 후원 요청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장관이 사적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방산업계 입장을 고려해 대승적 결정을 한 것 같다”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는 늦은 감은 있지만, 편파적이란 일부의 비판을 수용해 ‘정도(正道)’를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방산업체들은 더 이상 ‘갑’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바로 잡힌 운동장에서 시장 논리에 따라 참가하고 싶은 전시회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업체가 전시회를 통해 바라는 것은 자신의 제품을 제대로 알리고 많이 파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매 의사가 있는 외국 주요 인사와 바이어들이 방문하고 싶은 전시회 개최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전시회 주관업체는 그들이 가장 편리하고 쾌적한 조건에서 전시회를 돌아볼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이와 관련, MICE 전문가들은 전시회 개최 장소의 ‘접근성’과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접근성이란 해당 국가의 국제공항이나 수도에서 전시회 장소가 얼마나 가깝고 도로와 교통 사정이 원활한 지를 말하며, 인프라는 국제 수준의 전시시설과 컨퍼런스룸 보유 현황 그리고 주변 10㎞ 이내 특급호텔, 백화점, 쇼핑센터 등 부대시설 여건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방산전시회들은 이런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한다.
■ 성과 있는 개최 환경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 전시회는 존속할 의미 없어
매년 많은 해외 방산전시회에 참석해온 이준곤 탈레스 코리아 국방사업부문장은 “에어쇼를 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활주로 인근에서 임시 건물을 짓고 개최하는 방산전시회는 본 적이 없으며, 브랜드파워가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전시회일수록 수도권 인근에 국제 수준의 전시시설과 편의시설 마련은 물론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구매 의사가 있는 외국 VIP들이 더 많이 전시회에 관심을 보이고 참석하기 때문이다.
이제 업체들은 MICE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해 각자 기업이 처한 여건에서 성과가 창출될 수 있는 전시회인지 아닌지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업체별로 특정 전시회 참가를 종용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전시회에 억지로 참가할 필요는 없다. 사실 전시회가 너무 많아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계속 제기돼 왔기 때문에 전시회 주최 측이 성과 있는 개최 환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전시회는 존속할 의미가 없다.
이제 전시회 개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DX KOREA 2024’는 9월 25∼28일 일산 킨텍스에서, ‘KADEX 2024’는 10월 2∼6일 계룡대 비상활주로에서 지상군 페스티벌과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이들 전시회의 참가업체가 최종 확정되지 않아 초청대상(외국 VIP)도 어느 전시회에 누구를 어떻게 초청해야 할지 정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KADEX 측은 초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DX KOREA 측은 앞으로 업체 의견을 들어 초청을 진행해야 한다.
■ 어떤 전시회가 회사 이익에 부합하는지 신중히 고려해 참가 결정 필요
방산전시회의 성패는 수출을 고려한 외국 VIP의 엄선과 이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편리하고 쾌적하게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상담을 진행하고 나아가 무기체계 운용 현장까지 돌아보는 등 다양한 일정을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외국 VIP에 대한 공항 의전부터 머무는 기간 내내 전시회 주관업체는 물론 정부와 방산업체가 한마음으로 이들을 맞이하고 원하는 것을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지상무기전시회가 양쪽으로 쪼개져 많은 논란과 문제가 야기됐다. 하나로 통합되길 정부나 업체 모두가 원했지만, 돌이킬 수 없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그 결과 국방부와 방사청이 2개 전시회를 모두 후원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업체들도 정부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이 자율적으로 전시회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어느 전시회에 얼마나 많은 업체가 참여하느냐는 전시회 참가 비용 대비 성과 창출 가능성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따라서 IDK와 육군협회는 이제 서로를 향한 불편한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자신이 주도하는 전시회의 강점을 내세우면서 업체 참가를 독려하는 마케팅에 주력해 각자의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업체들도 어떤 전시회가 진정으로 회사 이익에 부합하는지 신중히 고려해 참가를 결정할 필요가 있으며, 국방부와 방사청도 윤석열 정부의 방산수출 4대 강국 목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어느 전시회이든 차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