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자 고객 10배 증가”...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계속 달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시도한 배달앱 ‘땡겨요’가 순항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아 배달 사업에 뛰어든 이래 시장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상생을 위해 펼치는 다양한 정책 효과로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입소문도 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땡겨요의 정식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0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뒤 2022년 1월부터 본격 시작한 배달앱 사업이다. 혁신금융서비스는 현행 제도상 제한된 금융사의 비(非)금융 사업에 대해 혁신성 평가 결과를 거쳐 일정 기간 허용해주는 제도로 일종의 규제 샌드박스다.
땡겨요는 신한금융 역사상 첫 비금융 플랫폼 사업이자, 은행권에서 처음 시도된 배달앱 서비스다. 특히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은행장이었던 시절(2019년 3월~2022년 12월) 사업 기획부터 출시까지 손수 챙기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과점 체제로 고착된 배달앱 시장서 ‘메기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로 사업이 전개됐다.
땡겨요의 양적 성장은 뚜렷하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땡겨요 고객 수는 332만2851명으로 전년동기(239만2796명) 대비 38.9% 증가했다. 2022년 2분기(33만4541명)와 비교하면 2년 만에 고객 수가 거의 10배 증가했다. 가맹점 수 역시 올 2분기 기준 15만5883개로 1년 전 같은 기간(11만2554개)보다 3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에서는 수익보다 상생에 무게를 둔 땡겨요의 사업 방향이 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땡겨요는 고객과 가맹점주, 라이더(배달원) 등 배달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땡겨요의 슬로건을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 동네 배달앱’으로 정한 것도 이 같은 지향점을 녹여냈다는 평가다.
먼저 땡겨요는 광고비와 입점료, 월 고정비를 받지 않는 ‘3무(無) 정책’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배달 중개 수수료는 2%로 적용되는데 업계 평균(약 11%)의 5분의 1 수준이다. 월 매출 500만원인 가맹점을 기준으로 최종 정산액을 따져보면 업계 평균 적용 시 약 443만원이지만, 땡겨요 이용 시 49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땡겨요는 ‘자체 전자결제지급대행 시스템’을 구축해 별도의 이자 및 수수료 없이 당일 판매대금을 정산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혜택으로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땡겨요에 대해 ‘안 할 이유가 없는 서비스’라는 입소문도 나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높은 중개·광고 수수료, 플랫폼사의 정보 독점 등은 참여자들을 플랫폼에 종속시키는 명백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며 “이를 공략한다면 금융 사업의 확장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땡겨요는 개방을 통한 플랫폼의 공유, 데이터 주권의 환원, 이익의 환원을 통해 프로토콜 경제를 구현하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땡겨요의 상생 성과에 지방자체단체(지자체)들도 손을 내밀고 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서울 내 10개 자치구와 공공배달앱 운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땡겨요 전용 상품권 발행과 마케팅 지원 등으로 지역 소비를 촉진 및 소상공인 경영 부담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땡겨요가 이해관계자간 상생에 초점을 맞춘 만큼 아직까지 큰 수익원으로 자리 잡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한은행은 땡겨요 사업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데이터와 잠재 고객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의 연계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나 소상공인 연계 금융 상품 개발·출시 등으로 본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는 2년 단위로 연장되는데, 땡겨요의 경우 오는 12월 말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다.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재심사를 통해 지정 기간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이번에 혁신금융서비스 연장 대신 정식 부수업무 등록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땡겨요가 신한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될 경우 정식 서비스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장 경쟁력 제고와 금융 본업과의 연계 확대를 통한 상생 강화가 주요 목표”라며 “보다 강화된 혜택·서비스를 통해 시장의 입지를 키우고, 금융 본업과의 연결을 통해 금융-비금융간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