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이노베이션, SK E&S와 합병해 '전기차 배터리·에너지' 초격차 일궈낸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7.18 05:00 ㅣ 수정 : 2024.07.18 06:01
합병 비율 1대 1.1917417 내달 27일 합병 승인 주총…합병법인 11월 1일 공식 출범 재계 순위 8위 오르는 거대 기업 탄생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 더욱 안정화 될 전망 SK온 배터리 공장 증설 속도 붙을 가능성 커져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한솥밥을 먹는다.
SK그룹에서 에너지 사업을 펼치는 계열사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11월 자산 106조 규모의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기업이 등장한다.
또한 이번 합병으로 SK그룹이 추진하는 사업 리밸런싱(Rebalancing·구조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합병안 통과로 SK그룹이 에너지 사업을 더욱 고도화하고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 SK이노-SK E&S 합병으로 재계 순위 8위 기업 탄생
1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을 의결했다.
두 회사 합병 비율은 1대 1.1917417다. 상장사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비상장사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 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했다.
양사는 다음 달 27일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한다.
양사 최대주주 SK㈜도 오는 18일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합병 예정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연 매출 규모가 90조원에 이르고 자산 규모가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자산 규모 100조원은 국내 재계 순위 8위에 해당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고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기업이 한 지붕 식구가 되면 원료 확보 및 정제 그리고 발전까지 '에너지 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추게 된다"며 "이에 따라 SK그룹의 에너지 사업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 합병은 SK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경영전략도 담고 있다. SK온은 창립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지만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위해 적극 육성해야 하는 기업이다.
이에 따라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SK온 설비 확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전기자동차·전기차 배터리 업황이 좋지 않아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이 갈수록 커진 점은 사실"이라며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풀이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닌 SK E&S와 SK이노베이션이 합쳐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은 줄어들어 향후 여유 자금이 배터리 사업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알짜 에너지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11조1672억원, 영업이익이 1조3317억원이다.
■ 합병으로 두 회사 사업 시너지와 재무 안정성 '두 토끼' 잡는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총 매출 가운데 68%를 석유사업을 통해 거머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석유사업은 석유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유 등 원료를 수입한 후 울산·인천 복합공장에서 원료를 정제한다. 이후 휘발유, 경유, 등유, 항공유 등 연료와 가스, 아스팔트 그리고 화학제품 원료가 되는 나프타를 생산해 판매한다.
SK E&S는 발전 사업을 주력으로 해 △대규모 태양광·풍력 중심 재생에너지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기반으로 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사업 △LNG 역량 기반으로 한 수소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두 기업이 한 식구가 되면 SK이노베이션이 정제 원료를 공급하고 SK E&S가 이를 상품화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사업 시나리오는 현금 흐름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내부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가 크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 부채총계는 55조617억원, 부채비율은 175.8%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에서 부채총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총 부채 가운데 23조4907억원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부채이다. 이에 따라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SK온 재무구조가 안정되려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과의 합병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SK E&S의 1분기 부채총계는 11조9000억원, 자본총계는 19조32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1.8%다. 또한 SK E&S는 3조2100억원에 이르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SK이노베이션 부채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SK온, 배터리 사업 광폭 행보 가능해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두드러지면서 전기차 업계는 물론이고 배터리 업계도 부진한 실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3사 가운데 후발 주자인 SK온은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보여주듯 SK온은 2021년 4분기 회사 출범 이후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배터리 설비 확충과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SK E&S와 합병해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지난 4월 29일 진행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은 비우호적인 전기차·배터리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및 중국 공장 증설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그동안 배터리 공장 확장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SK온 전략이 오히려 재무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SK E&S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 재무구조가 보다 안정화해 SK온의 해외공장 증설 계획이 다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SK온은 2025년 배터리 생산 능력 323GWh 확보를 목표로 국내 공장 확장 및 미국·헝가리·중국 공장 증설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SK온은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50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