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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K-방산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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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
입력 : 2024.07.17 10:09 ㅣ 수정 : 2024.07.17 10:14

체계적인 디지털 대전환, 모듈화 전략과 프로젝트 관리 개념 도입, 방산 인센티브 제도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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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영진 칼럼니스트] 최근 K-방산이 ‘K-POP’, ‘K-Food’ 등과 함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납기가 빠르고 품질과 가성비가 좋은 우리나라 무기체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지면서 수출액이 크게 늘어나는 등 반도체, 조선, 자동차산업에 이은 차세대 국가주력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 신설 및 정부 R&D 투자 확대 등 방위산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K-방산의 바람은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로, 비약적 발전을 위한 긍정적 신호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3년 간 필자가 국내 방위산업체의 차세대 R&D PLM시스템 구축 관련 업무를 하면서 정리한 몇 가지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첫째, 방위산업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디지털 전환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생성형 AI 도입으로 산업전반에 걸쳐 디지털 대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은 모든 산업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이러한 대전환의 시기에 노력이 부족하다면, 남보다 뒤쳐질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것이 역사가 수천년 동안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우리나라 방위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다른 산업들과 비교할 때, 대내외적인 특수한 군수사업 환경과 보안의 중요성, 기존 업무관행 변화동인 부족 등으로 인해 비교적 더딘 편이다. 복잡한 첨단 무기 개발로 정평이 나 있는 우리나라 방위산업에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고 하면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실상은 그러하다.

 

이를 위해서 우선 방산기업에서 제품설계 및 생산, A/S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와 업무절차의 표준화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방산기업의 데이터는 제품설계를 위한 도면, 3D 모델링, BOM및 변경정보, 시험 평가와 승인 관련 각종 기술문서, 방사청이 요구하는 규격화 정보 등 방대하고 복잡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구조화 및 표준화하고 시스템 관리 및 지속적 운영개선을 통해 체계적인 디지털화가 가능해진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한가지 조언을 하자면 한 번에 모든 단계를 뛰어 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단계적인 목표 수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전략 및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지를 사전에 명확히 기획, 정의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과제를 도출하는 한편, 투자대비 효익(ROI)과 로드맵을 정확히 검증하면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면서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에만 치우쳐 구성원들의 불만족은 커지고, 중장기 관점의 성공적이고 체계적인 디지털 전환은 요원할 것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 방산기업의 DX 조직 역량강화와 전문성확보 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이고,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적절히 받아 단기간에 필요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미 국방부가 발표한 MOSA(Modular Open System Approach)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나라도 무기체계 개발에 적극적으로 모듈화 전략을 도입, 재활용 및 재사용성 증대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모듈화 전략이란 복잡한 제품 내지 시스템을 모듈 단위로 나눠서 수백 수천 명의 협력 작업을 가능하게 만들고 제품의 유지 보수 및 업그레이드 등을 용이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자동차, 생활가전 업계 등에서 이미 그 효과성이 검증된 제품개발 방법론이다. 무기체계를 모듈화 하면 부품 제조업체 대체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대내외 규제 및 정치 외교적 환경 변화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에 유연히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전자전과 무인화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른 소프트웨어 모듈화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테슬라로부터 시작된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구조 변화(SDV, Software Driven Vehicle)는 여러가지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무기체계 역시 하드웨어의 중요성 못지 않게 그것을 관제하고 운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가 무기체계 성능을 좌우하는 만큼 방위산업에서의 소프트웨어 모듈화 개발체계 구축은 필수적인 선결 과제이다.

 

셋째, 방위산업에도 민수사업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프로젝트 관리 개념을 도입하고 정비서비스(A/S)의 사업화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수출 사업이나 업체주도형 개발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사업단위보다 세분화된 프로젝트별 제품별 고객요구사항-설계-조달-생산-품질-납기-A/S에 이르는 전 Product Lifecycle에 걸친 일정, 비용, 품질 사항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며 단계별 이슈 및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무기체계 수출사업의 경우 수주부터 개발, 양산, 사후 A/S까지 전 방위적인 프로젝트관리를 통해 국내 및 글로벌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

 

실제로 무기체계 정비(Maintenance), 수리(Repair), 분해조립(Overhaul)을 통칭하는 MRO사업은 전체 방위산업 시장규모의 60-70%에 달해 개발과 양산 시장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장비를 부품단위까지 세부적으로 분해하여 검사하고 수리해 최초 출고 때와 동일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창정비사업의 경우 노후화된 무기체계를 즉시 사용가능 상태로 활성화시킬 수 있어, 최초 구매이후 수십년간 운용되는 무기체계의 특성 상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정비사업의 경험이 축적되고 우리의 제품 및 서비스를 신뢰하는 글로벌 고객들이 늘어갈수록, K-방산의 새로운 수주기회 확대 및 첨단무기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넷째,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구조 개선과 제도적 관점에서 조언을 하고자 한다. 방위산업체의 무기체계 개발 시 개발 및 제조원가 절감 동인을 제공하는 방산 인센티브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조선이나 플랜트 산업에서는 발주처에서 요구한 납기를 당겨줄 때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조사에 제공하고, 이를 계약단계부터 명문화하고 있다. 방위산업에서도 투자대비 효익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분석 및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수립하고 운영해 가면서 실효성을 검증 및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방산기업의 개발 및 제조현장의 DX 전환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선순환 동력이 될 것이 자명하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DOD)는 대형 방산 계약자들에게 납기 인센티브를 제공해 생산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특히, 공급망 리스크와 대규모 생산 능력 확장을 위해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미국 연방 정부는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을 통해 소규모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방산 기업들이 신기술을 보다 신속하게 도입하고 상업화하는 데 도움을 주게 된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연구와 제도적 보완을 통해, 우리나라 방산 제품개발 환경 문제의 구조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개발 과정에서의 품질 향상 및 원가 경쟁력, 개발 속도 향상에 대한 보상을 지불한다면 방산업체들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 전환이나 스마트 제조 도입 등도 자발적으로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구조 개선은 단순히 국내 방위산업의 발전을 넘어 빠른 납기와 원가 효율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의 이목이 우리 K-방산에 집중되고 있는 지금,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K-방산이 방향을 제대로 잡아 체계적이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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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진 프로필 ▶ PLM 및 모듈러 디자인 전문 컨설팅사인 피앤피어드바이저리(P&P Advisory) 대표. 연세대학교 기계설계학과, 기계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설계 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하여 글로벌 경영컨설팅사인 액센츄어 한국지사의 제조산업 컨설팅 이사를 거쳐, 2016년에 P&P Advisory를 설립하였다. 자동차, 방위산업, 중공업 등 국내 다양한 제조기업의 제품개발 및 제조분야 경쟁력 향상을 위해 25여년 간 노력해 왔다.

 

※ 피앤피어드바이저리는 국내 최고수준의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및 모듈러 디자인 (Modular Design)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현재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등 10여 개 기업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삼성SDI, 삼성전기, SK온, SK바이오사이언스, LS Electric, 세메스 등 다수 기업을 컨설팅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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