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인수 노리는 오아시스…'새벽배송·1세대 이커머스' 시너지 기대감 솔솔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신선식품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추진한다. 11번가 인수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IPO(기업 공개)를 재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1번가 FI(재무적 투자자) 역시 기업 가치를 깎지 않고 자금 회수를 할 길이 열려 '윈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서를 전달하고 지난 주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목적은 IPO에 재도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아시스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으나, 수요 예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11번가 인수를 통한 외형 성장으로 기업 가치를 올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지난해 오아시스는 기대했던 1조원대에 못 미치는 7000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출액이 자사의 두 배에 달하면서도 신선식품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11번가를 인수한다면 1조원대의 기업 가치를 노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11번가의 연매출은 8655억원으로, 오아시스 연매출 4754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만일 11번가 인수가 성사된다면, 단순 합산을 통한 오아시스의 매출은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 면에서는 G마켓(지난해 연매출 1조1967억원)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11번가가 보유한 회원 5000만명의 고객 데이터와 오아시스가 가진 신선식품 물류 솔루션의 강점을 더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11번가 역시 지지부진하던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1번가에 투자한 FI 역시 자금 회수 기회가 다시금 열리게 됐다.
현재 11번가는 FI 주도로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018년 11번가의 모기업인 SK스퀘어가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으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으나, 떨어진 기업 가치로 인해 상장을 포기하면서 강제 매각 수순에 놓였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 큐텐 등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여러 기업이 11번가 인수에 대한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수익성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오아시스는 2011년 설립 이래 매년 연간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11번가는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누적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오아시스의 성장세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C커머스의 성장, SSG닷컴 지분 매각 등 이커머스 업계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수익성이라는 변수를 뚫고 '메기'로 등장할 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