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취임 100일' 정용진 회장, 경영 레이스 본격화…신세계그룹 어떻게 달라지나
신세계건설·G마켓·SSG닷컴 '신상필벌 인사'…경쟁력 강화
미래 전략도 재구성…본업 집중 위해 CJ그룹과 '사촌 동맹'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회장은 지난 100일간 '신상필벌(信賞必罰) 인사', '사업 전략 개편' 등에 주력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여전히 남어야 할 산도 남아있다.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회사들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신세계그룹이 정 회장 지휘 아래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지난 3월 총괄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취미 활동도 마다하고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평소 즐기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멈춘 데 이어 자주 찾던 SSG랜더스 야구장에도 발길을 끊었다. 골프 역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회장 승진에 따른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첫 적자를 냈다.
정 회장의 지휘에 따라 신세계그룹도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신상필벌' 기조가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정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전략실 전략회의'에서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와 보상 체계를 당부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당시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타깃이 된 계열사는 실적이 부진했던 신세계건설이다. 신세계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18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실적 악화를 초래했다. 이에 정 회장은 지난 4월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경질하고, 신임 대표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한 데 이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커머스에도 칼을 댔다. G마켓과 SSG닷컴 역시 지난해 각각 85억원,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결국 이달 19일 G마켓을 이끌 신임 대표로 전형권 前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영업하고, SSG닷컴의 신임 대표에는 최훈학 전무를 내정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수시 인사를 단행해 효과를 높이겠다는 그룹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쇄신 기조 속에서 핵심 사업의 미래 전략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첫 번째 실행은 이달 5일 CJ그룹과 체결한 사업 협력 업무협약이다. 정 회장은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신세계는 본업인 '유통'에 집중하고, '물류'는 전문기업인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른바 '사촌 동맹'을 맺고 G마켓과 SSG닷컴 배송 물량을 CJ대한통운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두 회사의 연간 배송 물량은 최소 5000만건에 달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물류 역량만으로는 현재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CJ와의 협업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극대화하기로 했다"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그룹의 비상 경영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이외에도 지난해 9월부터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이마트 핵심 3사의 기능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시너지를 창출해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는 수익성까지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주력 사업인 대형마트를 비롯해 자회사들이 실적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강력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정용진 회장이 본격 경영 레이스에 돌입한 이후 여러가지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정 회장이 증명해야 할 경영능력은 지금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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