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방, WGBI 편입 물꼬…'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한 걸음 내딛나
7월부터 외환시장 구조 개선... 새벽 2시까지 연장
WGBI·MSCI선진지수 편입 전망은 시장 기대 요인
증권가, 하반기 코스피 3,200선까지 가능성 전망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다음달부터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새벽 2시까지로 확대, 외국인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면서 한국이 하반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최종 확정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그동안 WGBI 편입 자격을 위해 여러 조치들을 시행해 왔는데 그 결과가 오는 9월로 성큼 다가왔다. 연내 한국의 WGBI 편입 전망은 시장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올해 들어 바짝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만큼, WGBI 편입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될 자격을 갖췄으며, 오는 9월 WGBI 편입을 위해 막바지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WGBI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그룹이 관리하는 국채 관련 채권지표다. 미국·일본·영국·중국 등 주요국 국채는 모두 포함돼 있는데 한국·인도만 제외돼 있다.
FTSE 러셀은 우리나라에 선진국 지수 편입 조건으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국인 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을 제시했다.
한국은 2022년 9월 WGBI 편입 후보인 관찰대상국 지위를 얻었다. 앞서 지난 3월엔 WGBI 편입에 실패했으나, 이번에는 편입 가능성이 크게 열렸다는 전망에 기대감이 모인다.
이를 위해 최근 기재부 국제금융과·외환제도과·국채과·국제조세과 등은 WGBI 편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곽상현 기재부 국채과장은 지난 11일 유로클리어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2022년 9월부터 한국이 워치(Watch) 리스트에 등재됐고, 기술적으로 WGBI 편입 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웨비나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국채시장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다.
실제 그 근거로 오는 27일부터 유로클리어를 통해 우리나라 국채 거래가 가능해졌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와 연계된 국채통합계좌 시스템이 개통되기 때문이다.
국채통합계좌는 ICSD가 상대국에 개설하는 계좌로, 외국인 투자자는 해당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한국 국채를 매매할 수 있다.
예탁원은 2009년에도 WGBI 편입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국채통합계좌를 운영한 바 있으나 당시 정부의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 조치 철회로 15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후 2022년 세제개편안이 나오면서 운영 재개에 힘이 실렸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외국인 간 거래 지원에 그친 바 있던 과거와 달리, 외국인과 국내기관 간 거래도 지원하도록 개선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WGBI 편입 요건 중 하나인 시장 접근성으로 우리나라는 다음달부터 외환시장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다.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새벽 2시까지다.
원·달러 시장 개장시간이 연장되면 한국 주식·채권 등을 거래하고자 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한국시간 오후 3시 30분 이후에도 새벽 2시까지 계속 국내 금융회사 또는 주로 거래하는 외국 금융기관(RFI)을 통해 미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
이번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는 WGBI 편입을 위한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6월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외국인투자자 등록제(IRC)도 폐지했다.
WGBI 편입을 위해 남은 건 외국인 접근성 부분 해소다. 다음달부터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이 시행된 이후 시장에 참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원화 결제를 문제없이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 9월 WGBI 지수 편입에 성공한다면 내년 4월부터 추종 자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올해 말부터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이스라엘과 멕시코 등 WGBI 신규 편입 사례 등을 보면 편입 결정 3~6개월전부터 편입 기대로 사전 유입된 외국인 매수 자금이 상당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WGBI 편입은 한국이 채권 선진국으로 공인받는다는 의미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까지 결정된다면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환율 고공행진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SCI는 각국 증시를 △선진국(DM) △신흥국(EM) △프런티어(FM) 등으로 구분하는데 한국은 그동안 외환시장 접근성 부족의 이유로 신흥국으로 분류돼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MSCI 선진국지수 추종 자금은 약 3조5000억달러로 신흥국지수 추종 자금(약 1조8000억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MSCI가 선진국 시장 편입을 위한 요구는 공매도 재개와 외환시장 개방이다. 공매도는 내년 3월 재개할 예정이어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장애물은 걷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종합해 증권가는 그간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했던 코스피지수가 올해 하반기 3,200선까지도 기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일 한국거래소 간담회에서 “과거 신흥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당시 6개월 정도 채권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채권금리 하향세와 해당국 통화 강세가 나타났는데, 코스피도 WGBI 편입 시 강한 상승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종별로 볼 때 반도체와 인터넷, 자동차, 이차전지가 가세하며 상승 추세가 견고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면서 반도체 비중확대를 유지하고 수출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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