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산으로 가는 가맹사업법...여러 뱃사공에 휘둘리지 말아야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2010년대 이후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가맹 본부와 점주 간 갈등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국회와 공정위까지 갈등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이 정무위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직회부로 단독 처리하면서 업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번 갈등의 주제는 점주들의 단체 협상권이다. 야당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사와 점주가 협상할 수 있는 의무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미 2013년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하고 본사에 협의를 요구할 권리가 제14조 2항으로 명시돼 있는데도 말이다. 점주들의 주장에 의아하던 찰나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의 말이 귀를 때렸다.
"가맹점주와 본부가 협의만 할 수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았죠. 하지만 협의를 요청해도 본사 입장에서는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와달라'고 요구는 할 수 있지만 '와야 한다'는 의무는 본사 측에 없었다. 가맹점주들이 테이블에 앉아 가맹 본부와의 대화를 기다리는 사이 이들 간 오해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본사 측의 입장은 어떤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개정안이 소규모 가맹본사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들은 28일 제21대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당일 아침에도 입장문을 냈다. "본 개정안은 규정이 지나치게 미비해 9000여 개 소규모 영세 브랜드들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여력도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가맹사업을 포기하거나 경영이 위축할 것"이라 말했다. 가맹점이 10개 미만인 영세 브랜드는 프랜차이즈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소규모 본사의 난립으로 과열 경쟁이 뜨겁다. 영세 브랜드들은 매장 운영에 대한 체계가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가맹점 운영에 발을 들였다. 공정위가 지난 4월 발표한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외식업종 가맹점 개점률은 22.4%로 높았으나 폐점률도 14.5%를 기록했다. 창업 초기라도 신생 가맹점은 줄폐업을 이뤘으며, 이들은 폐점에 대한 위약금을 본사에 물어줘야 했다.
안타까운 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당이 정무위에서 개정안을 처리하려 하자, 여당 국회의원들은 즉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가맹사업법이 화제였던 이유도 여야 간 당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공정위도 개정안을 면밀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당시 정무위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간 발의된 가맹사업법 개정안 8개를 일괄 상정하자고 주장하자 공정위는 주무 부처로서의 입장을 개진할 기회를 얻지도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가맹사업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가맹 본사부터 점주·공정위·국회까지... 뱃사공이 많으니 가맹사업법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결국 이들 모두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야권이 일방적으로 법안 통과에 나선다면 졸속처리에 따르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규모 자영업자가 지게 된다. 눈앞의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하는 시점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