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산별교섭 한창인데...임금 격차·노조 갈등에 삐걱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노사가 진행 중인 올해 산별중앙교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요구하는 노동계과 수용 불가를 내세운 경영계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권 노동조합 상급단체 수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분출한 점도 변수로 떠오른다. 노동계의 결속력이 약화될 경우 경영계에 요구안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협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사협)은 오는 6월 17일 ‘제3차 산별중앙교섭’을 개최한다. 산별중앙교섭은 사용자-근로자 대표가 협의해 정한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해당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노조와 금사협은 지난 20일 진행된 2차 교섭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특히 금융노조가 요구한 ‘임금 8.5% 인상’에 대해 금사협은 “금융 산업의 평균 임금이 높은 편이고 세계적 경기 침체와 (금융 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내세웠다.
올해 금융노조의 임금 인상률은 예년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최초 요구안 기준으로는 2021년(4.1%)과 2023년(3.5%)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금융노조가 2016년 이후 6년 만에 총파업을 벌인 2022년(6.1%)보다도 2.4%포인트(p) 높은 임금 인상률이 제시됐다. 최종 타결된 임금 인상률은 △2021년 2.4% △2022년 3.0% △2023년 2.0%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주 36시간 근무제(주 4.5일제) 도입 △고용 안정·일자리 확대 △차별 철폐 등 25개 항목에 대해서도 노사 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금사협은 단체협약 개정안에 대부분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3차 교섭에서 금융노조와 금사협이 주요 안건에 대한 협의를 진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임금 부분에 대해선 양측이 수정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격차가 쉽게 좁혀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산별중앙교섭 잠정 합의 시점(9월 26일)을 고려했을 때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금융노조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 큰 변수로 꼽힌다. 금융노조는 박홍배 전 위원장이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됨에 따라 보궐선거를 열고 윤석구 신임 위원장을 선임했는데, 노조 일각에서 윤 위원장 선거·선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고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이를 받아들여 ‘당선 취소’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위원장이 공석일 때 3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윤 위원장은 법원에 금융노조 선관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업계에선 현재 금융노조가 윤 위원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윤 위원장에 반기를 든 세력으로 양분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2차 교섭까지 금융노조 대표자로 참여한 윤 위원장이 올해 산별중앙교섭을 완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은행권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금융노조 위원장이 신뢰 문제에 휩싸인 만큼 금사협과의 협상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노조 안에서도 지부별로 연대해 세력 경쟁을 벌이는데 이번(위원장 선거)에는 워낙 치열했고 표 차이도 크지 않아 견제가 계속 들어가는 것 같다”며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빨리 해결하고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