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호텔 추진의 이슈와 과제 (上) - 스마트호텔의 디지털 기기는 종업원의 동료인가?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시대가 도래하면서 관광산업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관광(Smart Tourism)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호텔, 스마트MICE, 스마트레스토랑, 스마트관광목적지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관광이 갖는 중요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장] 스마트호텔의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서 스마트호텔은 주로 두 가지 이유에서 도입됨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여 호텔의 운영을 효율화하고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 증강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고객서비스에 접목하여 고객의 호텔에서의 경험을 증대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과의 친밀감 형성 등을 통한 수익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기업에서도 정보시스템 도입의 이유는 주로 비용절감, 차별화, 고객과의 친밀감 형성 등인 경우가 많아 스마트호텔의 추진 이유 역시 이와 같은 선상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마트호텔은 기존의 기업에서 도입한 정보시스템과는 다른 여러 가지 인공지능 기반의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어 있어 새로운 이슈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이번 편에서는 스마트호텔의 추진에 있어서 종업원 관점에서 이슈와 과제를 먼저 다루고 다음 편에는 고객 관점에서 논의하고자 한다.
• 스마트호텔의 디지털 기기, 동료인가 천덕꾸러기인가?
앞선 국내외 사례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최근 호텔에서 스마트호텔을 추진하면서 가장 먼저 도입하는 것은 주로 배달, 청소, 안내를 지원하는 서비스로봇이다.
호텔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일손을 줄일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면서 다른 호텔과 차별화한다는 점에서 홍보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그런데, 스마트호텔의 서비스로봇이 이러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종업원과의 역할분담이 명확해야 하고, 종업원을 잘 지원해야 한다. 즉, 호텔의 서비스로봇이 종업원의 동료(teammate)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이러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호텔에서 서비스로봇은 아직 기대만큼 높은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해외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소개했던 일본 헨나호텔의 경우, 프론트데스크의 로봇은 고객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으며, 객실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옆에서 자는 고객의 코 고는 소리에 수차례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십시오”라고 멘트를 반복해 고객을 깨우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고객들의 불평이 쏟아졌으며 호텔은 인력난이 해소되기는커녕 로봇을 보조하고 수리하는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국내에서도 종업원들이 객실의 TV나 에어컨 등을 컨트롤하는 태블릿을 익숙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호출로 불필요한 업무가 늘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인공지능 로봇의 서비스는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인가?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스마트호텔의 서비스로봇이 갖는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헨나호텔을 비롯해 많은 호텔은 오히려 서비스로봇의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그 이유는 서비스로봇이 가져다주는 효율성을 호텔이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산업용 로봇은 스마트공장에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며 그 우수성을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마트호텔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봇은 아직 그 시장의 규모가 작고 예측하기 어려운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난해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기능이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로 진전된 서비스로봇의 활용이 예상되며, 호텔 종업원은 일자리를 빼앗기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호텔 종업원이 로봇 서비스의 기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머지않아 인간 종업원은 서비스로봇이 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업무가 무엇인지 고민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형태의 서비스로봇이 최고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스마트호텔의 서비스로봇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로봇과 같이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 형상을 해야만 할까?
영화 속에서만 보던 자율자동차가 개발되고, ChatGPT가 무엇이든 응답해주는 지금,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서비스로봇의 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보아서는 단기간 내에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서비스로봇의 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스마트호텔의 서비스로봇은 고객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적절한 외관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 >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로봇이 점점 더 사람의 모습과 흡사해질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달하면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로봇의 외모나 행동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하여 인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 수준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스마트호텔에 적용해 보면, 서비스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외모의 수준을 일치시켜 고객들의 불필요한 기대감을 줄이고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호텔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봇은 ‘인간’이라는 고객을 상대해야 하므로 서비스 실패가 발생할 때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음 편에는 스마트호텔 추진 시 고객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이슈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