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정홍근 대표(66·사진)가 이끄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이 유럽 항공시장 진출에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LCC 가운데 유럽 항공노선을 거머쥔 것은 티웨이항공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미국 등 북미 노선이 아닌 유럽 노선을 먼저 개척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과정에서 생긴 장거리 유럽 노선을 거머줘 유럽 항공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풀이한다.
이와 함께 티웨이항공은 미국의 항공정책 '오픈 스카이'로 경쟁이 치열한 미주 노선 진출을 잠시 미루고 향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고 장거리 해외 여행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유럽 시장 진출에 먼저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티웨이항공 해외 노선은 △호주 시드니를 비롯해 △사이판 △괌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몽골 울란바토르 △동남·동북아시아 △일본 노선에 그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자그레브 노선을 개설해 주 3회 (화·목·토) 일정으로 운항할 계획이다. 자그레브는 동유럽 크로아티아의 수도다.
이 노선 항공기는 현재 김해에 있는 대한항공 테크센터에서 좌석 재배치와 내외장 재단장 작업을 거쳐 저비용 항공 서비스에 적합하도록 조정 중이다.
이번 신규 취항은 자그레브를 시작으로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주요 도시를 차례대로 확장할 방침이다.
■ 자그레브에 먼저 취항하는 이유는
자그레브는 티웨이항공이 유럽에서 취항하기로 결정한 첫 도시다.
자그레브는 다른 유럽 주요 도시에 비해 항공사 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하지만 관광과 비즈니스 잠재력이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이 도시는 유럽 대륙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등 접근성이 좋아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하는 데 편리하다. 이는 항공업체로서는 거점으로 삼을만한 곳이기도 하다.
티웨이항공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미국 시장은 오픈스카이 정책으로 경쟁이 치열하지만 유럽은 미국에 비해 항공노선 여유가 있고 단체관광 수요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스카이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어느 항공사든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이다. 이는 항공사로서는 시장 확보에 따른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는 또 "미국 항공시장은 추후에 항공 슬롯(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할 수 있어 유럽 항공시장 진출에 먼저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 유럽 시장 진출 거점 확보 차원도
유럽 항공시장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의 개방된 항공 시장 정책과 여러 국가 간 편리한 접근성이 돋보인다.
이에 따라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취항은 기존 LCC 업체가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치중하는 경영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과 시장 포화상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으로 유럽 주요 도시인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을 이관 받아 취항 준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티웨이항공에게 장거리 노선 확대의 기회를 주고 국내 LCC 가운데 유일하게 주요 유럽 노선을 운영하는 전략적 이점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로 유럽 노선에 취항해 고객 만족도 향상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거머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전략은 티웨이항공에게 장거리 노선 운영에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향후 성장잠재력이 큰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시험대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 향후 과제와 전망
물론 비행 효율성 면에서 티웨이항공의 유럽 시장 도전은 만만치 않다.
자그레브로 가는 경로에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급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티웨이항공으로서는 자그레브로 가는 직항 서비스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비행 시간과 승객 편의성 측면에서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티웨이항공은 장기적으로 'HSC(Hybrid-Service Carrier, 하이브리드 항공사)'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티웨이항공은 LCC와 FSC(대형 서비스 항공사) 중간 형태로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베리아 영공 우회와 같은 운영 비효율을 극복해 유럽 노선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