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남매 전쟁'에 장녀도 합세…매각 우려 현실화되나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아워홈 오너일가(家)의 경영권 싸움이 치열하다. 회사 성장에 힘을 쏟은 막내딸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과 달리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는 회사 매각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지난 2022년에도 아워홈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최근 이들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지은 부회장을 사내이사에서 몰아내고, 구 전 부회장의 장남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안건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이들의 경영권 장악과 아워홈 매각이 현실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6일 아워홈에 따르면, 전일 구본성 전 부회장은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했다. 그는 자신의 장남 구재모 씨를 비롯해 황광일 전 아워홈 중국남경법인장을 사내이사로, 기타비상무이사로 자신을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정기주총에서 구미현 씨 부부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고, 구지은 부회장을 몰아낸 지 열흘 만이다. '구지은 체제' 아래 아워홈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 구 부회장은 이를 못마땅해하는 오빠와 언니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을 이끌던 지난 2021년 보복 운전 등의 혐의로 재판부로부터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횡령·배임 혐의 피소 등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자 구미현·구명진·구지은 세 자매는 그를 경영에서 밀어냈다.
이어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경영 일선에 나섰고 내실경영에 집중했다. 직원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배당을 줄이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썼다. 또 해외 사업과 푸드테크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관련 사업을 확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아워홈은 신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아워홈은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98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오른 943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사업 실적은 전년 대비 13% 신장했는데, 해외 사업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 증가한 229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구지은 체제'의 아워홈에 구미현 씨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세 자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을 끌어내릴 당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자며 공동매각합의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회사를 매각하겠다던 구지은 부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배당을 받아 생활하던 구미현 씨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구미현 씨를 설득한 건 구본성 전 부회장이다. 그는 구미현 씨에게 경영권 매각을 즉각 추진할 것과 배당도 확대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에도 라데팡스파트너스의 도움을 받아 매각을 시도한 바 있다.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에 합류하면서 판세가 기울었다. 구 전 부회장의 최근 임시주총 소집 청구로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의 아들과 황광일 전 법인장을 사내이사로 꾸려 자신의 편으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어 전문 경영인을 통해 아워홈 매각에 돌입하려 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구 전 부회장의 뜻은 초지일관 매각"이라며 "구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매각을 추진할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블랙스톤과 KKR 등 40여 곳의 인수 후보가 매각안내서를 수령한 바 있다. 게다가 아워홈이 최근 신사업으로 매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국내외 PEF 운용사와 국내 식품기업은 아워홈 인수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아워홈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안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방향이 갈릴 것"이라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자 직원들도 불안한 모습이다. 통상 매각이 시작되면 경영 효율화와 주가 부양책으로 직원 구조조정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동조합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회사 성장을 위해 두 발로 뛰고 모범을 보여야 할 대주주들이 사익을 도모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매개로 아워홈 경영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회사 성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본인의 배만 불리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행보로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뉴스투데이>는 장덕우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동조합 위원장과 수차례 접촉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