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가방끈' 절실해 부끄러웠던 김동연 경기지사, 다보스포럼에서 확인한 정치의 목적은?
가방끈이 절실했던 해외유학 시절에 공부의 진짜 목적을 찾지 못해 회의했다고 고백
"공직 생활 오랫 동안 정치 권유 받아...지금도 '나는 정치를 왜 하는 걸까' 질문 던져"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한민국을 바꾸는 리더십을 정치의 목적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해외유학 시절에는 진정한 공부의 목적을 찾지 못했으나 현재는 정치의 목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2일 경기도청 다산홀에서 열린 '정책과 대화 제2차 포럼'에 참석해 현재 우리에게 처해있는 정치·경제·사회 문제 등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바꾸는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 해외유학 시절에는 공부보다 가방끈이 절실했다고 고백
김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고시에 합격한 뒤 해외유학을 갔던 경험부터 이야기했다. "젊었을 때 제 인생에서 큰 전기가 됐던 때가 한 번 있었다. 여러 번 있었겠지만 그중에서 아마 30대 초반이었는데 제 인생에 전기 같았던 고민을 한번 한 적이 있다"며 "그것은 그 당시 제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저는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해서 그 공부가 절실했다. 공부보다도 가방끈이 절실했다. 그래서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어렵게 잡아서 공부를 하던 중에 가졌던 제 회의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내가 왜 공부하는 걸까?' 부끄럽게도 그 질문에 저는 답을 찾지 못했다. 박사 따려고? 그런 거는 제 그 당시에 아주 치열했던 고민에 답이 되지가 못했다. 그때 제가 살아온 인생을 한번 되돌아봤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고시에 합격한 다른 관료들처럼 좋은 학벌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가방끈'을 늘리려고 했지만 진짜 공부의 목적을 찾지 못해 공허했다는 고백인 셈이다.
■ 정치하는 목적은? =정치를 바꾸는 리더십 실천..."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는 리더십 위기, 바꾸지 않으면 희망 없어"
그는 또 "저는 공직 생활을 오래 했고 여기 계신 아무 분도 짐작하지 못한 아주 오랜 시절부터 정치 권유를 받았다. 전부 거절하거나 사양하다가 2년 반 전에 정치를 시작해서 정치인으로는 초짜이다. 그런데 아까 제가 말씀드린 젊은 시절의 그 회의, 그 질문을 지금도 똑같이 던진다. '나는 정치를 왜 하는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월에 다보스포럼을 다녀왔다. 아주 활발하게 활동을 했는데 거기 참석한 어느 누구보다 제가 활발하게 활동을 했다"며 "네 가지 문제가 전 세계에서 지도자들이 함께 토론했던 주제였다. 첫 번째는 국제정치, 두 번째는 세계경제, 세 번째는 기술진보, 네 번째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이어지는 질의응답시간에서 첫 번째로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위기이며 그 중에서 가장 큰 위기는 리더십 위기"라며 "지금의 정치판, 사람, 정치 제도로써는 대한민국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부총리까지 하면서 바꿔 보고자 했던 대한민국을 바꾸지 못했던 이유는 결국 우리 정치판의 문제, 정치제도와 정치문화와 정치인의 문제"라며 "지금대로 가서는 안된다. 이 판을 바꾸고, 이 세상 바꾸고, 이 정치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윤석열 정부 정책 비판하면서 한중 및 한·러관계개선, 남북대화 복원, 확대재정 등 주장해
김 지사는 구체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부 들어서 대외 관계나 외교에 있어서 스스로 큰 업적을 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지금 대단히 큰 문제에 도착해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 상황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하루빨리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한중, 한러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남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북한과의 문제에 있어서도 지금은 마치 전쟁과 또는 돌발적인 어떤 국지적인 군사 충돌을 걱정하는 정도에까지 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남북 문제는 긴 타임으로 보면 대화와 또 여러 가지 함께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윈윈 할 수 있는 그런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다만 햇볕정책이나 또는 일방적인 대화를 뭐라고 할까요. 구걸하는 듯한 그런 모양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길게 봐서는 평화를 추구하고 그걸로 인해서 대화와 타협을 인내심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지사는 정부를 향해 확대재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 균형재정을 강조하면서 긴축재정을 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 커져야 된다. 거시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제대로 된 곳에 돈을 쓰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꼬집었다.
이어 "확대재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산업 정책이든 복지 정책이든 제대로 타겟팅해 (재정을) 쓸 수 있다면 효과가 나온다"면서 "그걸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김 지사는 취임 이후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내부에서 대한민국 외교는 용산이 아니라 광교에서 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제가 들었다"고 했다.
■ 글로벌 무대에서의 네트워크를 정치적 강점으로 자평해
김 지사는 지난해 미국, 중국, 인도 등을 방문했다. 그는 미국에서 4조3000억원, 호주에서 5조 투자 유치를 했고, 인도에서 우리 기업들이 아웃바운드로 나가는 역할을 했다.
김 지사는 경제적인 성과 못지않게 정치적인 측면의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에 어떤 미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유일하게 경기지사만 만나고 간 것이라든지 또 제가 작년에 가서 만났던 미국의 정치인들이라든지 또 제가 다음 달에 미국 서부 출장에 나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워싱턴 주지사를 만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의 위상 또 제 개인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동안 경제부총리까지 하면서 만들어 왔던 그런 네트워크 또 아마도 지사라기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앞으로의 여러 가지 가능성 등등 해서 대단히 활발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그분들(22대 총선 당선인)과 함께 가능하면 1호 법안으로, 아니면 빠른 시간 내에 북부특별자치도 법안을 22대 국회에 내는 준비를 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 요청한 주민투표 등을 통해서 제 임기 내에 관철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선우재가 주최·주관한 이번 포럼에는 김 지사를 비롯해 소순창·주동헌·남찬섭·구갑우·조민호·신유호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정치·경제 등과 관련해 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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