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I 스마트폰으로 프리미엄 전쟁에서 애플 제친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스마폰업계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 성능 향상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더 이상의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물론 삼성전자가 2019년 세계 최초로 화면을 두 번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을 내놔 스마트폰 혁신에 대한 갈증을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성능보다는 폼 팩터(기기형태) 변화가 주목을 받았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기술 혁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마름이 수년간 이어졌다.
이에 화답하듯 삼성전자는 올해 초 세계 최초로 AI(인공지능) 스마트폰을 내놔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스마트폰 ‘갤럭시 언팩 2024(Galaxy Unpacked 2024)’ 행사를 열어 AI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갖춘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였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AI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실시간 통역(Live Translate)’ △스마트폰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검색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사용자가 작성한 글이나 메모 등을 요약 정리하는 ‘노트 어시스트(Note Assist)’ 등 기존에 없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뿐만 아니라 앞서 출시한 갤럭시 S23 시리즈도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갤럭시 AI 기능 지원을 시작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와 갤럭시 S22 FE, 갤럭시 폴드·플립4 등도 업데이트를 추진해 AI 스마트폰 생태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현재 AI 스마트폰은 급성장이 기대되는 '블루오션'이다. 스마트폰 업계도 향후 수년 내 AI 스마트폰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AI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7년 5억5000만대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가운데 AI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11%에서 2027년 43%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에 질세라 경쟁사 애플도 AI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기존에 추진해 온 전기자동차 개발을 포기하고 AI를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그리고 오는 6월 10일부터 14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연례 개발자 회의 ‘WWDC 2024’에서 아이폰의 검색 도구·음성인식 비서 '시리'·애플뮤직·건강·메시지 등과 관련된 새로운 AI 기능을 공개하고 iOS(아이폰 운영체제) 18를 업데이트해 새 기능을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가상으로 열린 애플 주주총회에서 올해 하반기 생성 AI 분야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릴 방안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AI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AI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서 삼성전자에 밀렸지만 자체 AI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점유율은 애플이 7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지만 2위 삼성전자는 17%에 그쳐 1위와의 큰 격차를 드러냈다.
엄밀하게 따지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초’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5G(5세대 이동통신)폰 시장은 2019년 4월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5G’을 출시하며 포문을 열었다. 애플은 이듬해 10월에야 첫 5G폰 아이폰12 시리즈를 내놨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2019년 2월 세계 최초의 폴드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폴더블 스마트폰 시리즈를 내놨다.
그동안 애플도 폴더블 기기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애플은 ‘혁신의 부재’, ‘느림보 혁신’ 논란에 시달리고 잇지만 지금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AI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기술 선점의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AI 스마트폰을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독주를 막고 주도권을 빼앗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에도 AI 기능이 탑재되면 삼성전자는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이후 13년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탄탄한 수요를 토대로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2027년경에는 스마트폰 10대 중 4대가 AI 스마트폰인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이처럼 AI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저가 AI 스마트폰 출시도 머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소속 타룬 파탁 디렉터는 “삼성전자는 과거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봤듯이 올해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도 선점해 상당 기간 시장 리더의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AI 스마트폰 리더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20.8%, 출하량은 6010만대다.
이에 비해 애플은 1분기에 시장점유율 17.3% 출하량 5010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삼성전자 출하량은 0.7% 줄었지만 애플 출하량은 9.6% 감소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올해 1분기는 매년 초 새로운 갤럭시 S 라인업(제품군)을 출시하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유리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 갤럭시 Z 시리즈, 애플 아이폰이 출시되는 하반기 실적이 중요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할 갤럭시 Z 플립·폴드6에도 AI 기술을 탑재할 전망”이라며 “애플이 아이폰16에 AI를 적용하지 않거나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애플의 AI 스마트폰 출시 여부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모바일 AI 기술 변화와 보급형 제품에 AI를 적용하는 시점도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