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않은 일본물가②] 끝이 안보이는 엔저가 일본인들의 삶을 바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참여자들 엔매도, 달러매수 이어져 엔달러 환율 1990년 6월 이후 34년만에 최저수준인 153엔까지 떨어져
좀처럼 물가가 오르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의 물가 오름폭이 심상치않다. 2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2.8% 오르는 등 4개월만에 처음으로 확대됐다. 연속으로 따지면 3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식비와 숙박비, 에너지비용 등에서 오름폭이 커서 일본인들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인플레 현장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후쿠오카/히로시마=정승원기자] 일본 물가상승률의 근원에는 끝이 안보이는 엔저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이후 거의 모든 국가들이 긴축통화정책을 통해 금리를 끌어올렸는데, 일본은 거꾸로 제로금리 정책을 고집했기 때문에 엔저를 막을 수 없었다.
문제는 그 간격이 계속 커지면서 엔화가치가 1990년 6월이후 34년만에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3.82엔까지 올랐다. 엔화가치가 한때 150엔에 근접하자 일본 중앙은행은 구두개입을 통해 더 이상의 엔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현실은 일본 중앙은행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엔화가치가 34년만에 최저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자가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시내 곳곳에 있는 주유소에는 리터당 휘발유 가격이 165~167엔선을 가리키고 있었다.
물가가 오르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은 꽤 오랫동안 휘발유 가격이 100~110엔선을 유지했었는데, 엔저와 함께 휘발유 가격이 50~60% 가량 올라버리자 일본인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고 한다.
휘발유를 비롯해 전기세까지 크게 오르자 일본인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부담을 느낀 일본 정부는 가정과 기업 등의 에너지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기료는 1㎾h당 3.5엔, 기업용은 1.8엔을 보조해주고 있다. 또 도시가스는 가정과 연간 계약량이 적은 기업을 대상으로 1㎥당 15엔을 보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같은 부담 경감 조치를 4월까지 지속하되, 5월부터는 보조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6월 이후에도 계속할지 검토중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휘발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보조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지원을 연장해주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히로시마에서 미하라시로 가는 길에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들렀다. 이곳 주유소 편의점에서 일하는 야마모토씨는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가급적 자동차를 쓰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름값이 올라서 좋아할 일본인은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시내에서 벗어난 지역의 경우 자동차 아니면, 별다른 운송수단이 마땅치 않아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운행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대신 1주일에 2~3회씩 시내를 오던 사람들이 지금은 주 1회로 그 횟수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일본 엔화가치가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를 만한 구실이 없어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금리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일본인들이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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