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판매’ 국민은행도 자율배상 돌입...은행권, ELS 사태 수습 본격화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을 본격화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기준안을 바탕으로 투자자와 접촉하고, 실제 배상 협의까지 이어진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홍콩H지수 반등으로 투자자 손실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배상금 지출 규모는 크게 변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 대상 고객에게 자율조정 시행 안내를 시작으로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한다. 국민은행의 상품 판매 잔액은 약 7조8000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다.
배상 안내 대상은 홍콩 H지수 ELS 녹인(Knock-In) 발생 계좌다. 국민은행은 △만기상환 계좌 △만기 미도래 계좌 △녹인 발생 전·후로 중도해지 된 계좌를 보유한 고객에 자율배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배상비율 확정 고객은 계좌 만기 도래 순서에 따라 매주 선정된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지난달 28일, 지난달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해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결정한 바 있다. 두 은행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약 2조3000억원대 수준이다.
특히 하나·신한은행에서는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 돌입 직후 일부 투자자와의 합의로 배상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측에서 손실 원금에 대한 배상비율을 제시하고, 투자자가 이를 수용한 사적 화해가 이뤄진 것이다.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이 약 415억원으로 은행권에서 가장 작은 우리은행은 지난달 22일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고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첫 만기분부터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의 경우 조정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 설명이다.
이번 은행권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수용하는 지다. 금융감독원은 대부분의 투자자가 20~60% 범위에서 배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판매사가 100% 책임져야 한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제시한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거나, 정식 소송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결론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투자자와 은행 모두 불화실성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계좌도 있고 투자 성격에 따라 배상비율이 정해질 텐데 범위가 꽤 넓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투자자들과의 원만한 배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5000 중후반선에 머무르던 홍콩H지수가 지난 10일 기준 5개월 만에 6000선을 돌파하면서 투자자 손실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나오지만, 지속성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은행권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중 올 상반기 만기 도래하는 건 약 4조3000억원 규모다.
홍콩H지수가 눈에 띄게 회복하지 않는 이상 은행들의 대규모 배상금 지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투자자에 지급할 배상금이 약 9000억원 수준에 달하고 신한·하나은행은 약 2000억원대를 투자자에 배상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예상 배상금은 약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홍콩H지수 ELS 배상금을 충당금으로 올 1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양호한 대출 성장과 수익성 지표에도 대부분 은행의 순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감소할 것으로 관측한다.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약 4조3623억원으로 전년동기(4조9697억원) 대비 12.2%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ELS 배상으로 인한 손실, 투자자들의 투자위축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등까지 고려하면, 수익성은 2023년 대비 크게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손실 규모는 각 은행의 자율배상 논의 결과 및 향후 홍콩 H지수의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