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삼성전자는 올해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2.5배 끌어올릴 예정인 가운데, 이에 맞춰 시장에서 확산한 주가 저평가 인식도 벗어날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는 7만원대 초중반 박스권에서 맴돌 뿐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그만큼 주가 부진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수주전에 뛰어든 만큼 반드시 성공해야 주가 저평가 인식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면,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AI 시대, 삼성전자의 HBM 엔비디아 도입 기대감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5.63% 오른 7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6%대의 상승률도 보였다. 삼성전자가 하루 5%대 뛴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시대 필수재 HBM의 엔비디아 도입 기대감에서다. 삼성전자가 간만에 독주 장세를 펼치자, 금세 시장은 8만전자 기대감으로 화색이 돌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HBM을 검증 중이며 기대가 크다”고 했다. 황 CEO가 삼성전자의 HBM 사용 여부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HBM 도입을 정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만 고집하기보단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 고루 받는다면 보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다.
지금은 AI가 반도체를 주도하는 시대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려면 엔비디아에 HBM을 반드시 납품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경쟁력이 뒤처져 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에 대한 질의에서 “삼성전자가 후발주자로서 엔비디아 테스트에 통과한다면 HBM에서 잃었던 자존심을 만회하고 주가 저평가도 해소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전통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다. SK하이닉스는 HBM의 독보적 성과로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PBR이 과거 평균에 못미치는 상황이다.
AI 외에 현재 △기존 전통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시작 △반도체 가격 상승 △수출 호조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황 개선만으로도 PBR 평균까지는 가야한다는 평가다. 평균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PBR 밴드 평균은 1.57배다. 즉 8만1600원까지는 HBM 모멘텀이 아니어도 갈 수 있는 수치란 것이다. 결국 8만1600원을 넘기 위해서는 HBM이나 파운드리 수주 모멘텀이 나와야 한다.
염 이사는 삼성전자 목표주가에 대해 “엔비디아 수주가 확인되고 파운드리에서 큰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그다음 PBR 고점인 9만5000원까지는 가능하다”며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판단 시, 삼성전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삼성전자 제55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삼성전자는 분기 배당금 주당 1083원, 기말 배당금 주당 보통주 361원, 우선주 362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주주들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