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회장 오른 정용진, 산적한 과제 ‘수두룩’...경영능력 입증할까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신세계그룹의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정용진 회장의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수익성 개선', '이마트의 유통업계 1위 재탈환' 등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어 정 회장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의 인사를 발표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고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신세계그룹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유통업계 1위를 자부하던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9조 4722억 원을 기록하며 쿠팡(31조 8298억 원)에 밀렸다. 같은 기간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급부상하며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신세계그룹의 지휘봉을 쥐게 된 것이다.
정 회장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승진과 동시에 수익성 개선은 물론, 쿠팡의 독주를 막고 유통업계 1위 자리를 재탈환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주가 관리 역시 시급한 문제로 손꼽힌다. 이마트 주가는 최근 5년 사이 59% 가량 하락했다.
정 회장은 먼저 내부적으로 마련한 핵심성과지표(KPI)를 토대로 이르면 내달부터 수시 인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연말 정기 인사 외에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영상 오류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진 모두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성과 보상시스템은 강화한다. 이전에는 각 계열사들의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직급별로 성과급을 부여해 개인별 성과 차이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조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줄 수 있도록 변화를 준다.
정 회장의 회장 체제를 놓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부회장 시절 정 회장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간편가정식 피코크 △가성비 PB 노브랜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일부 사업은 별다른 성과 없이 실패로 돌아서기도 했다. △주류브랜드 제주소주 △프리미엄 마트 PK마켓 △H&B(헬스앤뷰티)스토어 부츠 △B급 감성 잡화점 삐에로쑈핑 등이 실패 사례다.
신사업 발굴을 위해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 SCK컴퍼니(스타벅스)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이어온 탓에 순차입금도 늘어났다. 실제 이마트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4조 3000억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9조 5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 회장의 승진과 관련해 "그룹 전체 차입금 축소가 절실한데 정 회장과 경영진은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와이너리, 골프장, 야구단, 스타벅스코리아 등 본업과 무관한 자산 매각으로 차입금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마트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을 것이냐는 정용진 회장에 달려있다"며 "긍정적인 점은 최근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의 시험무대는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기로에 놓여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정 회장을 향한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최근 본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만큼, 시험대에 오른 정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