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대만을 3차례 포기했던 미국, 2024년 대선 이후 선택은? (4)
트럼프는 대만 문제로 중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으며 바이든 2기도 중국과 협력해 나아갈 듯
최근 트럼프 前 미국 대통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유사시 대만 지원’ 여부에 대한 질문에 모호하게 답변하고 있다. 미국은 근현대사 속에서 3차례 대만을 포기한 바 있다. 이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대만 국민은 4번째 외면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봄으로써 중대 국면에 접어든 미국-대만 관계를 조망하는 4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트럼프 前 대통령의 대만에 대한 의중은 모호하다. 그는 “재집권하면 대만을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가져갔다”라고 질문과 관계없는 자기 생각을 밝혔다.
트럼프는 다른 인터뷰에서 “나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만을 지원할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 이유는 내 협상 입지를 해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이어서 그는 “지난 4년간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중국의 위협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을 참고해 의중을 살펴보자. 트럼프는 대만의 전략적 가치보다는 반도체 산업에 더 관심이 많다. 대만을 안보와 준동맹의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시각으로 본다는 의미이며, 향후 대만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보다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겠다는 의도가 더 강한 것으로 읽힌다.
■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대만 지원 법안’ 협상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 농후
특히 중국과 대만 문제로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대만 지원 여부를 밝히는 것이 협상 입지를 해칠 수 있다는 발언은 곧 ‘협상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속내이다. 또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중국 위협이 없었을 것이란 발언은 중국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주고 자신이 원하는 바도 달성하는 윈-윈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어 대만해협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담겨있다. 이때 대만의 주권과 국익은 주요 고려사항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가 협상에 사용할 수 있는 ‘대만 카드’는 미국이 대만 지원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을 제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 법안은 다음과 같다. ① ‘대만여행법’(Taiwan Travel Act, 2018년)이다. 미국과 대만 공직자의 상대국 방문을 허용한 것으로 미국의 전·현직 고위공직자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회 의원 등이 대만을 방문할 수 있는 근거이다. 미국이 이 법안의 수정을 통해 미국·대만 고위층 교류를 제한하겠다고 제안하면 중국은 환영할 것이다.
② ‘대만보증법’(Taiwan Assurance Act, 2020년)이다. 미국이 대만을 NATO 다음 단계 정도의 주요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것이 핵심으로, 대만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이다. 이것도 대만의 지위를 준동맹에서 한 단계 내린다고 제안하면 중국은 반길 것이다. ③ ‘대만동맹보호법’(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 2020년)도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은 대만이 모든 국제기구에서 회원국이 되도록 지원하고, 다른 국제기구에서 옵서버 자격을 부여받도록 노력해야 한다’가 골자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대만의 세계보건총회(WHA) 가입을 지지했고, 향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등 다양한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할 수 있다. 미국이 이를 수정한다고 하면 중국은 관심을 보일 것이다.
④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 2022년)이다. 대만을 동맹으로 지정하고 군사비를 직접 지원할 수 있다. 이 법안에는 ‘대만을 한국·이스라엘·일본 수준으로 대우하고, 국제기구 및 다자간 무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중국이 대만에 중대한 공격 위협을 할 때 중국 국영 은행 등을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미국은 이 법안을 유예하거나 파기하겠다고 하면서 중국에 상응한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외에 1982년에 합의한 ‘제3차 미·중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수출을 축소하고 대만군의 훈련지원을 최소화하겠다는 제안도 중국을 솔깃하게 할 수 있는 카드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미국이 중국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추정해보자. 먼저 중국에 이란과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 등 反미, 反이스라엘 무장단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중국을 통해 이란에 반미 무장단체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중재를 요청할 수 있으며, 북한에 경제제재 일부 완화를 조건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동결시키는 협상 중재를 요청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재는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나 개발을 지속한다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준에 도달할 것이며, 중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돼도 중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듯
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대만 문제에서도 “군사개입”을 세 차례나 언급하면서 중국을 견제했다. 그러나 바이든 2기에 이러한 정책이 계속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 이유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시험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핵 위협 등 많은 국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올해 1월 26~27일 태국에서 왕이 외교부장을 비공개로 만나 중동과 북핵 문제 등 광범위한 국제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월 23일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란에 영향력이 있으며, 우리와는 달리 이란 지도자들과 대화할 수 있다”라면서 후티 반군에 무기 공급이 중단되도록 중국이 나서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중동문제에 대해 중국에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현재의 대중국 강경노선을 일부 수정해 중국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예상된다. 이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트럼프 방식의 ‘대만의 협상 카드화’ 전략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 없는 안보 상황 대비해야…전작권 전환과 비대칭 전력 확보 필요
우리나라에는 6.25 전쟁 이후 오늘날까지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한·미동맹은 공고한 상태이다. 미국과 핵협의 그룹(NCG)도 설치해 미국의 핵무기 사용 계획과 운영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 현재로선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파기와 주한미군의 철수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정세는 급변할 수 있어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다. 대만처럼 상황 변화에 따라 미국이 ‘한국 관계법’만 남기고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필자는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다음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미국은 한국정부가 무능하고 부패해 자신을 방위할 수 없다면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다. 여기에다 국론이 분열돼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증대한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둘째, 미국이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보다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거나 중국과 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주한미군’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감축과 완전철수 모두 포함될 것이다.
실제로 1970년대 닉슨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경험했으며, 카터 행정부에서 완전한 철수 추진에 직면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트럼프 1기에서 이미 경험했듯이 동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 경제적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계가 우선이었다. 당시 한·미 연합훈련이 취소됐고 주한미군 철수가 거론됐다. 향후 주한미군은 중국과 북한 그리고 우리에게도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대만에 대한 안보지원 약속이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따라서 우리는 장기적으로 주한미군이 없는 안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우리 안보전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할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장기적으로 우리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그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전작권 전환’이다. 전작권을 갖고 있어야 미군이 철수해도 안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내 조국은 내가 지킨다’라는 의지의 문제이다. 둘째 ‘비대칭 전력 확보’이다. 핵보유국이 되거나 아니면 잠재 핵보유국으로 1~2개월 내 핵무기 보유가 가능한 상태가 돼야 한다. 이를 국가적인 장기과제로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미국이 대만을 포기했던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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