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3.15 05:00 ㅣ 수정 : 2024.03.15 05:00
9조원 대 글로벌 에틸렌·프로필렌 시장과 245조 폴리에틸렌 시장 공략 2028년 석유 수요 둔화 예상되지만 석유화학 사업 지속 성장 전망 원료 수율 높여 탄소 저감 역량 강화 등 친환경경영에 박차
그동안 정유(석유 정제) 사업에 주력해온 에쓰오일(S-OIL)이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샤힌 프로젝트'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과 세계 최대 석유생산업체인 사우디아람코(아람코)가 손잡고 추진 중인 9조3000억원 규모 대형 생산 설비 건설 프로젝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2022년 방한을 계기로 확정된 이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석유화학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사업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에쓰오일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도 강화해 2023년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 모든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뉴스투데이>는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 경영전략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두 차례 나눠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석유화학과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S-OIL)은 차세대 먹거리로 석유화학(유화)과 친환경 사업 프로젝트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는 오는 2028년 석유정제(정유) 사업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폴리에틸렌(PE)를 취급하는 유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경영 전략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향후 수년간 선진국 석유 수요는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신흥국 석유 수요가 그나마 증가하지만 중국 경제 회복 둔화 여파로 수요 폭이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폴리에틸렌은 석유화학 분야에서 친환경 성향이 강한 제품이다. 이러한 전망에 힘입어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사업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고 있다.
■ 에쓰오일, 총 14조원 투입해 '샤힌 프로젝트' 추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에쓰오일은 지난 2018년부터 2026년까지 총 14조원 규모를 투자해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세계 최대 석유생산업체인 사우디아람코(아람코)와 손잡고 추진 중인 9조3000억원 규모 대형 생산 설비 건설 프로젝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가 2022년 방한을 계기로 확정된 이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석유화학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샤힌은 아랍어로 새 종류인 '매'"라며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회사가 도약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 받고 있는 데다 석유를 주로 다루는 정유 사업이 주춤해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해 에쓰오일은 중장기적인 기업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샤힌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에쓰오일 사업은 크게 △정유(석유 정제) △석유화학 △윤활기유 부문으로 나뉜다. 매 분기 이들 사업에서 발생되는 매출 비중은 각각 80%, 12%, 8% 수준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지난 수십 여 년 동안 정유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며 "그러나 향후 성장을 이어 나가려면 추가적인 역량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사업과 연관된 각종 첨단 설비를 도입해 △석유화학 제품 양산 능력 강화 △각종 제품 생산 효율화 및 탄소 절감 등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4조8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돼 1단계 석유화학 시설 구축이 진행됐으며 2023년부터 2026년까지 9조2580조원을 추가 투입해 관련 시설을 준공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2026년 샤힌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면 총 매출에서 석유화학 사업 매출 비중이 25%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더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3가지 첨단 설비 도입해 석유화학 사업 역량 강화
샤힌 프로젝트 착공식이 진행됐던 2023년 3월 당시 에쓰오일 CEO(최고경영자)를 맡았던 후세인 알 카타니는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화학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우리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혁신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추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IEA 자료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글로벌 석유 수요 하루 증가분은 △2023년 250만배럴 △2024년 80만배럴 △2025년 100만배럴 △2026년 70만배럴 △2027년 90만배럴 △2028년 0배럴 등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30년부터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즉 지속가능한 기업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에쓰오일은 신속하게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셈이다.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되는 핵심 설비는 △스팀 크래커(Steam cracker) △TC2C (Thermal Crude to Chemical) △폴리머 공장(Polymer plant)이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을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에 필요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샤힌 프로젝트의 스팀 크래커는 전통적인 시설과 비교해 효율이 높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이 설비를 도입하면 연간 20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어 LG화학(230만t), 롯데케미칼(230만t) 등 국내 굴지 에틸렌 생산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시장 규모는 2023년 35억7000만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5.7% 상승해 2030년 68억9000만달러(약 9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석유 정제 부문과는 다르게 석유화학 시장은 2030년에도 꾸준히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에쓰오일은 관련 분야에서 실적 확대를 통한 기업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TC2C 설비는 에쓰오일 최대 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와 미국 건설기업 루무스 테크톨로지(Lummus Technology)가 협력해 개발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원유와 저부가가치 중질유를 직접 석유화학 원료(나프타, LPG(액화석유가스) 등)로 전환해 스팀 크래커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연료를 공급한다.
폴리머 공장은 스팀 크래커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을 활용해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과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을 생산하는 설비다.
LLDPE는 투명하고 방수성이 좋으며 열에 강해 비닐봉투, 지퍼백, 우유팩이나 종이컵 등 내부 코팅제로 활용된다. HDPE는 밀도가 높고 충격에 강한 특성이 있어 식품용기, 장난감, 산업용 파이프 등에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GII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폴리에틸렌 시장 규모는 2021년 1400억달러(약 184조3800억원)에서 연평균 4.87% 증가해 2027년 1861억달러(약 245조1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LLDPE, HDPE 등 폴리에틸렌 계열 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을 배출하지 않는 등 독성이 없어 식품용기 및 장난감 등에 사용된다"며 "즉 에쓰오일은 친환경 사업 역량을 강화해 꾸준히 확대되는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 샤힌 프로젝트, 탄탄한 영업 현금흐름과 자금 조달로 '순항'
샤힌 프로젝트는 총 14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영업 현금흐름과 외부 자금 조달이 필수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에쓰오일 자료에 따르면 총 투자 금액 가운데 71%인 약 9조9400억원은 내부 자금으로 조달해야 하고 나머지 자금은 최대주주 대여금, 은행으로부터 차입과 회사채 등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선지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투자 기간이 2026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분산돼 있고 자체 영업 현금흐름도 견조해 상당 부분은 자금을 스스로 충당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기업 재무 부담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따르면 에쓰오일이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은 △2021년 1조6600억원 △2022년 1조6059억원 △2023년 3분기 1조6155억원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선지훈 선임애널리스트는 “샤힌 프로젝트에는 아람코 최신 기술인 TC2C 설비 기술 등 투입돼 직·간접적으로 아람코와 연결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에 따라 안정적 재무적 지원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시중은행을 통해 1조원 규모 저금리 대출 차입을 끝냈다”며 “이 외에 시중 금리대비 경쟁력 있는 저금리로 최대주주(아람코)와 7800억원 규모 차입에 대한 협의를 완료했고 회사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올해 초 30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수요예측이 흥행해 많은 기업이 에쓰오일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많은 업체 호응 속에 회사채는 최종 4000억원으로 확정돼 발행이 진행됐다.
한편 에쓰오일은 지난 2022년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급상승해 영업이익 3조4080억원을 달성하는 등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호조)를 달성했다. 그러나 정제마진은 2023년 하락해 영업이익이 1조4186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은 에쓰오일이 올해 정제마진이 소폭 회복돼 2조원 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주춤하는 상황을 보이고 있어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