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2024년 3월 현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는 뜨거운 감자다. 금융위원회는 곧 ESG 공시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기업들은 2026년부터 ESG 공시의무를 지켜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이나 이러한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해당 국가의 공시의무 또한 지켜야 한다. 이에 국내 금융규제기관과 많은 회계법인들이 새로운 공시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ESG 공시는 우리 기업들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공시에 ESG 정보가 포함된다는 의미는 재무제표에 ESG 정보가 포함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기업의 재무분석과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들만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내야 하는 투자자들과 재무학자들에게도 추가적인 부담이다. 대학에서 재무분석을 가르치는 필자는 ‘공부할 것이 늘었군’ 이라는 자조적인 한탄과 함께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ESG 공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회계는 어렵다’였다.
‘충분한’, ‘적절하게’ 등의 회계 용어들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문단별로 끊어 놓은 무미건조한 구성은 재미가 없고 문장들은 무섭게 느껴진다. 어쩌면 당연하다. 회계공시이기 때문이다. 전달하는 정보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시내용은 회계사들이 작성하지만 공시정보를 제공하는 주체는 기업이고 이 공시정보를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투자자들 중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 ESG 공시는 그 정보의 소비자들에게 친화적이지 못하다.
재무분석을 가르치면서 회계정보에 꽤나 익숙하다고 자부하는 필자는 공시기준과 공시정보가 어렵다고 느낀다. 회계정보를 해석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2026년 ESG 공시가 시작될 때 이 정보를 적절하게 해석해 낼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면 이들은 불공정한 투자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을 위해 더 많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오히려 투자자들 사이에 불공정을 유발할 수 있는 모순적인 우려가 생긴다.
또 다른 문제는 공시를 해석하는 관점의 문제이다. 공시정보는 회계적 틀로 제공되지만 재무적 관점에서 소비된다. 필자가 재무분석을 가르칠 때 강조하는 재무제표와 재무분석의 관계이다. 현재 ESG 공시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이다 보니 대부분의 논의가 공시방법, 회계정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ESG 공시정보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투자자들은 회계정보를 만들어내는 방법 보다 그 정보를 소비하는 방법인 재무분석에 더 관심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 시작하는 칼럼에서는 재무적 관점에서 ESG 공시를 풀어보려 한다. 이 칼럼이 공시를 준비하는 기업들과 공시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하는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