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올해 순익 1위 달성”…기업금융·자산관리 ‘쌍두마차’ 내세운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우리은행이 올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을 꾀하고, 자산관리 전문은행으로 도약해 시장 영향력을 높이겠단 구상이다. 우리은행이 연초 제시한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 목표 달성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70조4740억원으로 전년 말(157조8910억원) 대비 12조5830억원(8.0%)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175조1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기업대출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25조2350억원으로 1년 전(123조380억원)보다 3.5% 늘었다. 특히 대기업 대출 잔액의 경우 같은 기간 36조8530억원에서 45조2390억원으로 22.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은 은행권의 핵심 먹거리로 꼽힌다. 가계대출의 경우 고금리 장기화와 가계부채 억제 기조 등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은행의 대출 성장을 견인할 분야로 지목된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확대로 과거 누렸던 ‘기업금융 명가(名家)’ 지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우리은행은 현재 합병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시절부터 주요 대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으로 법인 영업의 성과를 인정받은 바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3대 추진 방향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성장 산업 지원 확대 △차별적 미래 경쟁력 확보 △최적 인프라 구축 등이 큰 골자다. 2027년까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을 6대 4로 재편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이 힘주고 있는 건 자산관리다. 자산관리 역시 우량 고객 확보와 수수료 등 비(非)이자 이익 증대에 필수 분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전문 인력 발굴·투입과 상품 판매 문화 개선 등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우리은행이 자체 개발한 투자 상품 평가 모델 ‘WISE’다. 이를 통해 향후 기대되는 수익성과 안정성, 효율성까지 반영한 상품을 선별하고 고객에 추천함으로써 자산관리 분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체 정보기술(IT) 역량으로 WISE 모델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또 고객 자산관리를 책임질 프라이빗뱅커(PB) 양성에 집중하는 동시에 고객 자산가 전문 자산관리 브랜드 ‘투체어스W’ 영업점을 기존 6개에서 20개로 대폭 확대한다.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조병규 행장이 올 1월 제시한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 목표를 달성할 두 축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으로 이자 이익을 늘려가는 동시에 비이자 부문에서의 수익원도 발굴해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리딩뱅크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12.3%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은행권에선 하나은행이 공격적인 기업 영업으로 대출 잔액을 늘린 게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반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3% 줄어든 2조5159억원에 머물렀다.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한 역성장이자 2조원대 순이익이다. 우리은행 측은 기업금융 성장세가 본궤도에 올랐고 자산관리 강화 성과가 가시화되면 올해 순이익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타행에 비해 약세인 자산관리 부문이 올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다면 사업 포트폴리오가 효율적으로 재구성될 뿐 아니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며 “1등 은행 달성을 위해 자산관리 영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