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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중근 부영 회장 이어 제2·제3 ‘출산 전도사’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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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기자
입력 : 2024.03.06 01:00 ㅣ 수정 : 2024.03.06 01:00

이중근 회장, 출산 직원 자녀 1명당 현금 1억 지급 ‘파격’ 지원책
한국,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1.00명에도 못미쳐
일본, 인구 급감 해소하기 위해 ‘인구 1억명 관리상’ 운영
출산지원금 지급·사내 탁아소 의무 등 기업 참여 이끄는 정부 ‘당근’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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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 부국장/산업1부장 

 

[뉴스투데이=김민구 부국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쏘아 올린 ‘인구감소 해법’이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그 여운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중근 회장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1명당 현금 1억 원을 주고 셋째부터 영구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종업원 복지 프로그램을 지난 2월 5일 내놔 눈길을 끌었다. 

 

경기침체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의 결심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기업인은 이기적’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기업 총수가 수익 극대화라는 이기심만 추구하지 않고 사원 복리후생에 앞장서는 이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게 아니고 무엇인가.

 

인간은 모두 이기심과 이타심이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우리는 흔히 인간의 이기심은 나쁘고 이타심은 좋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쓴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의 한 구절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혹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다(It is not from the benevolence of the butcher, the brewer, or the baker, that we expect our dinner, but from their regard to their own interest).”

 

스미스는 이기심이 개인 이익은 물론 사회 전체 이익을 촉진하는 영양제라고 설파했다.  그는 또 경제 주체가 각각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면 자신은 물론 남과 사회 전체를 잘 살게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업인의 이기심을 극악한 행태라고 폄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설하고 이 회장이 보여준 이타심은 대기업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돌을 던졌다.

 

그렇다고 이 회장의 이번 결정에 박수만 치고 있을 수는 없다.

 

기업가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도 돋보이지만 국내 인구감소 추세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 인구감소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내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이는 국내 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신생아가 평균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인구감소는 이제 세계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오죽했으면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 법과대학 명예교수가 얼마 전 한국 출산율 현황에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Korea is so screwed)’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심각한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 한국은 오는 2750년 국가가 사라질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세계적인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지적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S. Dent)는 ‘인구 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인구와 나라의 흥망성쇠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인구절벽은 인구통계 그래프에서 마치 절벽처럼 급락하는 구간을 비유한 말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돈을 쓸 인구도, 일하는 인구도, 돈을 투자하는 인구도 없어 경제가 휘청이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상황을 꼬집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사회가 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세입이 줄고 복지지출 수요는 늘어나 재정건전성이 악화한다.

 

이웃 나라 일본도 인구감소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은 2010년을 기점으로 인구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감소세를 방치하면 1억2000만명에 달하는 인구수가 2100년에는 5000만명 이하로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아찔한 관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데 이어 ‘잃어버린 40년’으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것도 고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급감이라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前) 일본 총리가 일본 인구를 오는 2050년까지 1억 명 수준으로 유지해 일본 경제 엔진이 멈추지 않도록 ‘인구 1억명 관리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했던 점은 박수 칠 만한 일이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는 일본 모습을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 대책은 한가한 모습이다.

 

일본이 ‘인구 장관’직까지 신설해 인구감소에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는 고작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마련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세계 꼴찌인 우리나라 출산율을 높이려면 ‘인구부(部)’ 혹은 ‘인구청(廳)’이 서둘러 신설돼야 한다. 

 

제대로된 컨트롤 타워가 없으면 인구문제는 시한폭탄이 돼 우리에게 시계 초침처럼 째깍째깍 다가온다. 

 

인구감소가 한국경제를 뒤흔드는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가운데 이 회장과 같은 ‘출산 전도사’가 등장한 것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회장에 이어 출산을 적극 장려하는 제2, 제3의 혁신 기업가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도 팔을 걷어붙여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이 거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사내 탁아소를 의무화하는 등 ‘통 큰’ 조치를 계속 내놓을 수 있도록 정부와 여야가 규제 철폐와 법인세 인하 등 세제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저출산은 국가적 위기이다. 출산율 제고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지만 대책안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 존망의 문제가 된 저출산을 놓고 정부와 여야가 한가롭게 정치적인 주판알을 튕길 때가 아니다. 

 

방심하면 아찔한 천 길 ‘인구 낭떠러지’가 발아래 펼쳐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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