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전 세계 지속가능 투자 시장을 선도하는 로베코자산운용(이하 로베코)은 한국 사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성실히 이행해 나감에 따라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9일 로베코에 내놓은 시장전략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블룸버그 데이터 기준 한국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선진국 지수 평균의 58%, 신흥국 지수 평균의 34%에 불과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12.2배로, 같은 기간 대만이나 일본의 평균 PER보다도 각각 19%와 28% 할인된 수준이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기업 지배구조 이슈보다는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배당·자사주 매입)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제한된 성장 잠재력 등을 꼽았다.
2022년 11월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및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개최한 세미나에서 소개된 데이터에서는 2021년 한국의 배당성향은 19%로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왔다. 대만은 55%로 훨씬 높았고 영국 48%, 독일 41%, 프랑스 39%, 미국 37%의 순이었다. 중국의 배당성향도 35%였다.
로베코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곤 했으나 한국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최근 발표한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5위를 기록했을 만큼 군사 강국인 데다 1위인 미국이 핵심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한국처럼 군사적 위협이 큰 대만의 경우 한국 만큼 낮은 할인율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삼성과 LG, 현대와 같은 '재벌' 기업들의 가족 중심 지배구조와 소수주주 의견을 수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해서도 2007년 이후 재벌 기업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다른 한국 기업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로베코는 한국 기업의 주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전략들이 검토되고 있다며, 지난 26일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발표된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의 현 정부에 대해서는 주식시장 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했다.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을뿐 아니라 기업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데에도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이 50~60%에 달해 재벌 총수 일가의 소유 지분이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크게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 오너가 주주가치 극대화보다는 지배권을 유지하는 데 더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다가오는 4월 국회의총선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베코는 지난 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의 이남우 회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못하면 청년들의 미래 없다’라는 제목의 공개 서한을 금융위원장과 신임 거래소 이사장에게 보냈던 일을 상기시키며 한국 사회는 금융시장 개혁 없이는 젊은 세대에게 미래가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세정 로베코 선임 애널리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한국 사회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용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한국은 친환경 에너지, 테크놀러지, AI 등 주요 투자 테마에 노출되어 있는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시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은 한국 주식 성과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