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보툴리눔 성공 스토리 ①] 휴젤, 국내 매출 1위 바탕 해외시장 확대 노린다…특화된 학술 마케팅, 현지 의료진 사로잡다
최정호 기자 입력 : 2024.02.25 06:00 ㅣ 수정 : 2024.04.11 13:37
해외시장 진입과 동시, 시술법 공유의 장 ‘H.E.L.F’ ‘GLAM’ 적극 활용 매출 규모 작은 국가 직접판매, 최대시장 중국 간접판매…미국은 고민중 사법리스크 완화, 족쇄 없었다…FDA 승인으로 날개 달까
피부 주름 등을 펴주는 이른바 '보톡스' 시술은 미국의 바이오제약 기업 엘러간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이름이다. 엘러간의 시장 지배력이 강하다보니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흔히 보톡스라고 부르게 됐다. 국내 바이오 제약사들은 뛰어난 보툴리툼 톡신 제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을 생산해 시장을 확장해왔다. 현재는 엘러간의 시장을 빼앗아가며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6조 원 시장을 선점을 위해 뛰어든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사들의 해외 시장 공략기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 중 유일하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다. 중국은 세계 3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중 하나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 보건당국이 국내 기업에 배타적 성향을 보이고 있어 인허가를 취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기에 휴젤은 돋보인다.
무엇보다 휴젤은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지배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휴젤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업체에 판매권을 넘겨주기보다는 직접판매하는 전략을 택했다.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직판 체제를 가져가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개선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휴젤은 지난해 319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영업이익 1178억 원과 당기순이익 971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율은 36.84%와 당기순익율 30.37%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 2022년 업계 2위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의 영업이익율은 23.89%이며 당기순이익율은 18.71%에 그친 것과 비교해보면 휴젤은 영업이익율·당기순이익율에서 월등히 앞선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휴젤의 수출 증가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41.09%에서 2021년 47.57%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22년에는 51.58%로 절반을 넘어서면서 수출 물량이 국내 매출을 압도했다.
■ 동남아시아, 전문가 교류를 통한 '레티보' 알리는데 주력
휴젤은 보툴렉스를 지난 2010년 개발하고 국내외 시장의 판로를 모색했다. 국내 시장은 지난 2016년 매출 1위를 달성하며 평정했다. 그런데 해외시장은 영 만만하지 않았다. 휴젤은 지난 2013년 'H.E.L.F(Hugel Expert Leader's Forum)'이라는 학술포럼을 만들어 돌파구를 찾았다.
이 포럼은 세계 각국 미용‧성형 분야 의료진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메디컬 에스테틱 최신 지견과 시술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다. 휴젤은 해외에서 H.E.L.F을 열어 국내 의료진 중심으로 ‘레티보'(보툴렉스 수출명) 시술 관련 강연을 했다.
지난 2108년 업계 최초로 대만 시장 진출한 휴젤은 H.E.L.F를 현지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H.E.L.F에는 국내 업계 권위자 5명이 강연자로 참가해 아시아 지역의 특화된 시술을 소개했다. 참관한 대만 현지 의료진들 60명이 레티보 사용 경험자이기 때문에 강연 수준이 높았다. 앞으로 휴젤은 H.E.L.F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레티보의 신뢰도와 로열티를 제고해 나갈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미용‧성형 강국 태국 시장 공략을 위해 휴젤은 의료 전문가 초청 프로그램 'GLAM(Global Aesthetics Masterclass)'을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GLAM 행사에서는 태국 현지 의료진 40명을 상대로 박주혁 더힐피부과의원 대표 원장이 시술을 선보였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활용한 다양한 시술법을 소개하는 현장 시연 중심 행사였다.
휴젤은 태국에서만 지난해 GLAM을 두 번 열었다. 또 PDO 봉합사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 20일에는 타국 차크리 나루에보딘드라 의학연구소에서 카네바(해부용 시체)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덕분에 휴젤은 태국 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특히 ‘HA(히알루론산) 필러’와 PDO(폴리다이옥사논) 봉합사(수술 봉합용 실)까지 진출했다.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서 태국은 휴젤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 해외시장 공략 '직접판매' '간접판매' 어느게 득이 클까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휴젤은 두 가지의 판매 전략을 쓰고 있다. 직접판매와 간접판매인데 두 가지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직접 판매는 해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인 병원 영업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레티보가 팔리면 휴젤 매출로 쌓이는 구조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에 큰 도움을 준다.
문제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현지 법인의 성장이 느릴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휴젤의 레티보는 세계 30여개 국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30개 국가 모두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에는 인력 수급과 재원 부족 등의 문제 해결이 수반된다.
간접판매는 현지 제약바이오사와 협업하기 때문에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휴젤은 기업 관리 부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손쉽게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로열티 협상이 변수다. 판매 수익의 일정 부분만 휴젤이 가져가는 구조라 매출을 높게 형성될 수 있으나 영업이익 개선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휴젤은 시장 규모가 작거나 성장 단계에 있는 국가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직접 공략하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장 규모가 큰 중국‧미국 시장은 휴젤에게 큰 고민거리다. 중국의 경우 현지 기업인 사환제약과 협업해 ‘휴젤 상하이 에스테틱’을 설립해 중국 내 레티보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보톨리눔 톡신 제제 시장이다.
휴젤의 레티보는 아직 미식품의약국(FDA)승인을 받지 못했다. 휴젤의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해선 미국 시장에서 얼만큼의 수익을 가져오는지가 중요하다. 미국 시장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할 지가 휴젤에게는 큰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휴젤 관계자는 <뉴스투데이> 통화에서 "3월 안에 식품의약국(FDA) 승인 허가여부가 결정이 되는데 직판으로 갈지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할지 다양한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휴젤의 성장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는 법률 리스크가 남아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벌인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보툴렉스의 제조·판매가 가능해져 국내외 시장에서 마케팅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직 일부 기업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의 소송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