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에 내린 자동차보험료…손보업계, 손해율 악화 대책 마련 분주
주요 손보사, 이달 책임개시 계약부터 자동차보험료 2.5~3% 인하
4개 대형사 지난달 車보험 평균 손해율 전년 동월 대비 2.8% 악화
정비수가 인상까지…"산술적으로만 봐도 손해율 4~5% 악화 전망"
언더라이팅 강화해 우량 고객 확대‧보험금 누수 방지 등 방어 나서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가운데 손해율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사들은 손해율 방어에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21일 책임 개시되는 계약부터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3%, 2.5% 인하했다. 삼성화재(2.8%), KB손해보험(2.6%), 현대해상‧DB손해보험(2.5%), 롯데손해보험(2.4%)은 이달 16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손보업계는 지난해 12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 손보업계는 2022년 4월과 2023년 2월에도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보험료를 인하한 것이다.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는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주문하고 있는 상생금융에 동참하기 위해 이뤄졌다. 손해보험협회는 "손보업계는 고금리와 물가상승 등에 따른 국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다수 국민이 가입한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적극 나섰다"고 설명했다.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이동량 감소가 꼽힌다.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차량 이동이 줄어들면서 사고율도 감소해 손해율이 개선된 것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을 85% 가량 점유하고 있는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80%로 전년 80.4%에 비해 0.4%포인트(p) 개선됐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 전후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여긴다.
각 사별로 보면 삼성화재가 2022년 81.7%에서 2023년 8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79.4%에서 79.2%로, 현대해상은 80.2%에서 79.6%로 낮아졌다. KB손보는 80.2%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더불어 올해 자동차 정비수가마저 인상돼 손해율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손보업계, 공제조합, 자동차정비조합은 지난해 12월 보험정비협의회를 통해 올해 자동차 정비수가를 3.5% 인상하기로 했다.
손보사는 정비업체와의 계약을 갱신하면서 인상된 정비수가를 반영한다.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수입이 감소한 상황에서 정비수가가 인상된 만큼 비용이 늘어나게 돼 손해율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대형 4개사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전년 동기 79.8%에 비해 2.8%p 악화된 82.6%를 기록했다.
손해율이 상승할 전망인 만큼 보험사들은 손해율 방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전 심사)을 강화하고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보험사기 적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자동차보험의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 '자동차보험상품본부'를 신설했다. 또 지난해 구축한 자동차보험 사기전담조직을 강화해 보험금 누수 방지에 나서기도 했다.
손해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사상 처음으로 손해율이 개선세를 보였다"면서 "엔데믹이 이뤄진 지난해에도 손해율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계절적 영향이 커 예측이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료가 감소하면서 정비수가가 인상돼 손해율 악화는 뻔한 상황"이라며 "보험금 누수를 막고 손해사정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손해율을 방어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환경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자동차보험료가 2.5~3% 정도 인하되면 손해율은 2% 정도 악화된다"면서 "여기에 정비수가가 인상돼 이를 반영하면 4~5%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만큼 갱신 계약이 많아지는 하반기부터는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면서 "각 사마다 언더라이팅을 강화해 우량 고객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고 위험률이 높은 고객에 대해서는 이를 반영해 보험료를 책정하는 등 물건 인수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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