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SPC그룹에 부과한 600억원대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서울고법 행정6-2부(위광하 홍성욱 황의동 부장판사)는 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사 5곳이 "공정위에 시정 명령 및 과징금 부과 등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을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647억원 전액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또 SPC의 제빵 계열사들이 생산 계열사 제품을 구매할 때 삼립을 통하게 해 부당 지원하는 행위, 일부 계열사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현저히 낮은 가격에 양도 행위 등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취소했다.
특히 SPC그룹 차원에서 삼립에 '통행세'를 몰아줬다는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법원은 "거래에서 삼립의 실질적인 역할이 없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 부당지원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엘·비알코리아와 삼립 간 밀가루 거래는 현저한 규모로 이뤄졌고, 이를 통해 삼립에 과대한 경제적 이익이 제공됐다"며 "이와 관련한 공정위 시정명령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여전히 적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밀가루의 정상적인 가격을 공정위가 잘못 계산했다는 이유다.
SPC는 선고 후 "사실관계가 규명되고 오해가 대부분 해소돼 다행"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후 대응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7월 공정위는 SPC가 총수 일가의 개입 하에 2011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그룹 내 부당 지원을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SPC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여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면서도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계열사들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황재복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