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화답'…주주환원 앞장서는 증권사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요소 중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을 강조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배당 확대를 비롯한 주주 이익 활성화도 함께 추진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역성장한 것으로 예측되면서 ‘주가부양책’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미리 시장 충격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것이다. 실제 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증권주도 수혜 중이다.
특히 증권사 몇몇은 시가배당률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고(高)배당 정책에도 힘쓰고 있다. 실적과 배당이 정확하게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기조를 시장에 확인시켜줬다는 평가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으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자사주 소각을 시행하는 증권사들이 늘어날지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올해 주요 정책으로 삼고,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기업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내달부터 운용할 계획이다.
주요 내용 중 상장사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와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에 신설 자회사 신주를 배정하는 것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장사가 기업가치 개선에 힘쓰도록 독려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서겠다는 게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상장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보유, 처분 등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된다. 기업의 자사주 처리 계획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반영했다.
그동안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과 처분 등 기업의 처리 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보인데도 체계적인 공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다만 자사주 취득이 실적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장기적 효과보다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하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친 현 정부가 그 일환으로 주주가치제고를 주문하면서 증권사들의 참여는 더 늘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가 자사주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은 한국이 선진국 대비 주주환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수치를 인용한 지난해 주요국 배당성향을 보면 한국은 20.1%다. 영국(45.7%)과 독일(40.8%), 미국(40.5%) 순에 비하면 크게 뒤처져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장기업의 배당성향 제고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유도하는 ‘자본시장 밸류에이션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상장사도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가 상승을 견인할 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다가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자사주는 말 그대로 자기회사 주식이다. 상장기업은 보유 현금을 토대로 자사주를 매입해 저평가된 주가를 안정화하는 데 힘쓴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부양책의 하나로 꼽는건 매수 물량이 많아져서다.
주가는 매수와 매도 주문이 만나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으로 매수 주문이 많아지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작동해 주가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만약 소각까지 이뤄진다면, 전체 주식 수가 줄면서 1주당 가치가 올라 주당 배당금 또한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수혜가 기대되는 곳은 활발한 주주가치제고로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 종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증권주들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과 실적 턴어라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가장 먼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면서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이후 3개월 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4월 25일까지 보통주 1000만주와 우선주(미래에셋증권증권2우B) 50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각각 유통주식 수의 약 2.2%와 0.4%에 해당하며, 금액으로 치면 각각 700억원과 17억원 규모에 달한다.
최근 LS네트웍스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 23일 자기주식 취득과 소각을 목적으로 오는 2월 15일 기타주식 577만895주(약 638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키움증권은 앞서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사업연도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부국증권(42.7%)과 신영증권(36.2%), 대신증권(29.2%) 등 보유 자사주가 많은 증권사의 경우 자사주 소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아울러 삼성증권은 지난 26일 1주당 2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 성향은 35.8%로 고배당을 실시한 2022년과 같다.
NH투자증권도 배당기준일을 지난 12월 말일 기준이 아닌 내년 3월 초로 옮기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근 계속해서 신고가를 기록했던 메리츠금융지주는 올해 이익과 배당 재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악화 소재가 주가에 선반영됐지만, 주주환원 기대감이 증권주 상승을 견인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주(22~26일) ‘KRX증권지수’는 5.83% 상승했다. 28개 KRX지수 중 △KRX은행’(6.18%) △KRX300금융(5.87%)에 이어 3위권이다. KRX 테마지수 33개를 포함해도 전체 3위다.
자세히는 미래에셋증권이 18.34% 급등했다. 대신증권(5.56%)과 메리츠금융지주(5.35%), 한국금융지주(4.46%), 유진투자증권(4.16%), 한화투자증권(3.83%), NH투자증권(3.78%), 삼성증권(2.40%) 등도 강세를 시현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책이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주가 상승 효과가 단기에 그치고 향후 다시 가격 조정을 받을 수도 있기 떄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영구적 배당 효과를 내는 자사주 소각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안 연구원은 "금리 상승 기간 증권주들의 주가는 줄곧 하락해 왔고, 최근의 우려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증권주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충분한 상황에서 주가 상승의 촉매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과 실적 턴어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