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머니무브'가 반가운 저축은행…대출 문턱 높이고 '버티기' 모드
저축은행, 지난해 11월 수신잔액 111조원으로 한 달만에 4조원 급감
수신금리 낮추면서 자금 이탈 가속…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 3.83%
대출 취급 축소하면서 수신금리도 덩달아 축소…건전성 관리 차원
"수신잔액 줄어 이자비용 축소…예대율 완화에도 여수신 모두 줄여"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인하하면서 수신잔액 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역설적이게도 수신잔액 감소가 반가운 모양새다.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10조7859억원으로 전월 115조2311억원에 비해 4조4453억원 감소했다. 한 달 새 4조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저축은행은 수신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차주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낸다. 때문에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시중은행에 비해 수신금리를 높게 책정한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업계는 수신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3.83%로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24일 4.00% 대비 0.17%p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24일 4.07%와 비교하면 0.24%p 하락했다.
이달 24일 기준 가장 높은 저축은행 12개월 정기예금 금리는 4.10%(JT‧대백‧아산‧유니온‧참‧청주)다. 이는 시중은행 최고 예금금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전북은행의 JB 다이렉트예금통장(만기일시지급식)은 3.90%의 금리를 제공한다.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의 경우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하면 4.12%의 금리가 적용된다. 저축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수신금리가 내려가면서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이 감소했지만 저축은행은 오히려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건전성 등을 이유로 대출 영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수신잔액이 증가하면 비용만 늘어나게 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업계는 예금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 확대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여신규모를 줄여왔다.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지난해 11월 106조2555억원으로 전월 107조381억원에 비해 7826억원 줄었다. 전년 동기 116조2238억원에 비하면 약 10조원 가량이나 축소됐다.
저축은행의 대출 축소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이달 2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25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32에 비해 완화된 것이나 여전히 대출 문턱은 높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를 나타내면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태도를 완화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마이너스(–)는 금리를 높이거나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태도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는 배경으로는 연체율 악화가 꼽힌다. 지난해 9월말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6.15%로 2022년말 3.41%에 비해 2.74%p나 상승했다.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대손비용이 증가해 수익도 악화됐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축은행업권 특성상 차주 대부분이 저신용‧다중채무자"라면서 "고위험 차주의 경우 금리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으나 차주에게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법정최고금리로 제한돼 대출을 취급할수록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출영업을 축소하는 가운데 수신잔액을 늘리게 되면 오히려 적자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수신잔액이 축소하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자도 감소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저축은행들이 대출영업을 축소하며 건전성 관리에 나서고 있다"면서 "수신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건전성 관리의 일환"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여신잔액이 줄면 그만큼 자산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수익성이 하락하나 판매할수록 적자인 상황"이라며 "한시적으로 예대율 규제가 110%로 완화됐지만 여수신 모두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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