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실·담합 의혹' 날세운 감독당국…은행권 대응 주목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1.18 08:22 ㅣ 수정 : 2024.01.18 09:34

은행권 파생상품 배상금·담합 과징금 부담 직면
국민은행 ELS 판매액 8조원...은행권 최대 규모
배상 결정 시 제일 부담 클 듯...수용 여부 관심
공정위 담합 과징금 이자수익 기준 산정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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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사진=KB국민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불거진 ‘파생상품 원금 손실’과 ‘담보대출 담합 의혹’ 대응에 나선 은행권이 국민은행을 주목하고 있다. 당국 조사·조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배상금이나 과징금 규모가 타행보다 월등히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홍콩항생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파생결합증권(ELS) 판매액은 약 8조원으로 은행권 최대 규모다. 이는 두 번째인 신한은행(약 2조4000억원)보다 3배 이상 많고,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전체 판매 잔액(15조9000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나 특정 종목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다만 만기 시 지수·주가가 일정 기준을 밑돌면 원금 손실로 이어진다. 홍콩H지수는 ELS 판매 시점인 2021년 2월 1만2000선이었는데, 전일 기준 5120선으로 주저앉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ELS 판매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현장 조사에서 △판매 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상 고위험·고난도 ELS 판매 드라이브 정책 △계약서류 미보관 등 전반적인 관리 체계의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감독당국의 최종 조사 결과 불완전 판매가 확인될 경우 은행에 배상 책임이 주어진다. 지난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 등과 연계한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투자자 손해액의 40~80%를 판매사가 배상해야 한다고 조정한 바 있다. 

 

이번 ELS 사태에서 가장 부담이 큰 건 국민은행이다. 경쟁사 대비 판매액이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배상금 규모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국민은행 ELS 판매액 중 불완전 판매가 얼마나 인정되느냐다. 감독당국은 국민은행 파생상품 판매 관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국민은행의 경우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ELS 판매 목표액의 50%만 판매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데, 규정을 80%로 무리하게 바꾸면서 영업 우선 정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리스크 관리 부분이 부실하게 이뤄진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은행 ELS 판매액이 가장 많은 건 파생상품 한도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DLF 사태 방지를 위해 2020년부터 전년 11월 말 기준 판매 잔액 이내로만 파생상품을 취급하게 했는데, 당시 국민은행은 DLF보다 ELS를 주력으로 삼아 한도가 넉넉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르면 오는 3월 나올 예정인 감독당국의 ELS 배상안을 국민은행이 그대로 수용할지도 관심사다. ESL 판매액 자체가 워낙 많다보니 소폭의 배상비율 차이에도 배상금이 크게 증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적용되는 배상비율이 은행권 ELS 배상 규모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소비자보호 조직이 있고, 문제가 생기면 고객과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이의가 있고, 오해를 받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단계에 맞게 준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의 물건별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 역시 국민은행이 가장 큰 부담을 안고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도 여신 잔액과 이자 수익 규모가 큰 편이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시중은행에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냈다. 공정거래법은 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관련 매출의 최대 20%로 규정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관련 매출은 부동산담보대출에서 일어난 이자 수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공정위는 담합 수준과 부당 이득 규모 등에 따라 과징금을 최대치(20%)까지 적용하진 않는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매년 조(兆) 단위 이자 수익을 얻는 걸 고려하면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 원화대출금 잔액은 약 618조원이다. 국민은행이 약 180조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약 154조원 △신한은행 약 142조원 △우리은행 약 14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담보 대출 잔액이 가장 큰 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이자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말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등에서 나온 총 이자 수익을 보면 국민은행이 약 14조1016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12조4435억원, 12조3842억원이고 우리은행은 약 11조5136억원으로 나타났다. 

 

일단 국민은행을 비롯한 4대 시중은행은 LTV 정보 공유는 담합이 아니라 참고 목적이었다고 항변한다. 담합을 통해 일부터 LTV를 낮게 잡았다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 텐데, 대출 이자가 주 수익원인 은행에 어떤 실익을 줄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배상금과 과징금은 결과적으로 비용인 만큼 은행권은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LS 사태와 관련해서는 대형 로펌 등에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위법 여부를 자문 중이다. 특히 LTV 담합 의혹의 경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결정 시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은행권에 내려지는 제재가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례로 비춰봤을 때 투자자 책임 원칙과 시장 관행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잘못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배상금·과징금 부과도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사내 법무팀을 비롯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다. ELS는 분기마다 손실 규모를 측정해야 되고, LTV 담합도 공정위에 한 달 간 소명 기간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금융 활동의 모든 책임을 은행에 돌리는 결과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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