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지주사 출범 (上)] ‘한미약품’ 역사 속으로...임성기 회장 유지 '신약개발' 어디로
한미약품그룹 독자 경여한다지만 사명까지 바꿔
지주사 이사회 통한 경영, 사실상 독자경영 끝나
OCI홀딩스 지분 매입으로 7700억 출혈, 고배당 가나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신재생에너지기업 OCI홀딩스와 함께 새로운 지주사를 설립하면서 전기를 맞았다.
지난 1967년 서울 종로5가에서 '임성기 약국'으로 출발한 한미약품그룹은 2022년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수의 제약그룹이 됐다. 이번 통합 지주사 출범으로 지난 60년 간 이어온 고(故) 임성기 전 회장 일가(一家)의 독자 경영은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그룹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사이언스 이하 모든 관계사는 현재와 동일하게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리더십을 토대로 변함없이 운영된다"고 밝혔지만 제약업계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 통합 지주사, 이사회 통제로 '한미약품' 독자경영 어려워
국내 그룹의 특성상 지주회사는 모든 계열사의 연간 매출을 합산해 종합 관리한다. 계열사별 예산 편성 등도 지주사의 몫이다. 통합 지주사 OCI홀딩스 산하에 한미약품그룹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 같은 경영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OCI홀딩스 지분 8.6%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로 최다보유해 양측은 형식상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느 한쪽이 독자 행보를 보인다면 다른 한쪽이 견제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구조에 따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각자 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통합 지주사 OCI홀딩스 각자 대표여서 경영에도 관여한다. 그러나 주요 의사결정이 이사회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OCI홀딩스도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약품그룹의 완벽한 독자경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명 변경이 크다. 현재는 통합 지주사의 명칭을 'OCI홀딩스'를 사용하지만, 추후 두 그룹의 새로운 출발을 감안, 사명과 CI를 변경할 예정이다. 또 그룹 명칭을 '구)한미약품그룹', '구)OCI홀딩스'라고 표기해 새 지주사 사명으로 각 그룹사의 이름도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 신약 개발 기업 '한미약품' 역사의 뒤안길로?…임성기 회장 유지는 어디로
이번 두 그룹의 통합은 한미약품그룹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한미약품그룹 구성원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임성기 전 회장은 기업 오너 이전에 제약인(人)'으로서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발전시켰다.
한미약품그룹은 임 전 회장 체제 아래에서 신약 위주 기업으로 체질 개선을 완료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개발 신약을 두 개 보유하고 있다. 또 라이선스 아웃한 '롤베돈'으로 향후 10년 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한미약품이 신약 개발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은 것은 오너 집약형 그룹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제약업계의 중론이다. 기존 사업의 매출을 신장시키면서 신약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예산을 감당한 것은 오로지 오너의 '뚝심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제약업계는 입을 모은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022년 신약 개발을 위해 매출액의 13.4%인 1779억 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2020년부터 매년 매출액의 13.4%의 연구개발(R&D)비를 쓰고 있다. 1779억 원의 R&D비용은 우리나라 제약 업계에서는 최대 규모다.
문제는 통합 지주사 OCI홀딩스 체제에서 이처럼 막대한 신약개발 예산을 지속해서 투입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가는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는 후보물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연 통합 지주사 OCI홀딩스 이사회가 한미약품의 연구개발비 증액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통합지주사 출범으로 OCI그룹에 7700억 원의 출혈이 발생한 것도 한미약품의 연구개발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신주 발생으로 지분가치가 훼손된 주주를 달래기 위해 배당액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지주가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고배당 성향'의 경영 기조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미그룹의 재무구조는 더욱 빡빡해 질 수 있다. 남는 것은 오늘날 한미약품을 있게 한 연구개발비에 '칼질'을 가할 것이냐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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