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1.14 07:00 ㅣ 수정 : 2024.01.15 15:54
디스플레이 업계, 코로나19 팬데믹 따른 집콕소비에 수요 폭증 코로나19 특수 끝나고 경기침체 이어져 디스플레이 업계도 타격 2024년 가전·TV 수요 회복과 OLED 수요 확산에 세계 시장 5% 성장 전망 삼성디스플레이, 아이폰15 시리즈 출시에 따른 실적 호조 돋보여 LG디스플레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2조원대 영업손실 예상 올해 파리올림픽 개최·OLED 수요 확대로 삼성·LG 모두 혜택 누릴 듯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상당수 산업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IT(정보기술), 가전, TV 등은 ‘집콕(외출 대신 실내에 머물기)소비’에 따른 수요가 폭증했다.
가전과 TV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가운데 하나인 디스플레이 업계도 덩달아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IT·가전·TV 수요도 덩달아 급감하는 역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만들어진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산업인 전방산업이 강도 높은 재고 조정에 돌입해 디스플레이 업계도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2023년 디스플레이 업계는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은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 IT·가전·TV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디스플레이 양대 산맥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시장 개선 흐름에 발맞춰 미래 성장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 웃고, LG디스플레이 울어"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디스플레이 시장은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1분기 매출 6조6100억원·영업이익 7800억원 △2분기 매출 6조4800억원·영업이익 8400억원△3분기 매출 8조2200억원·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에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 플래그십(주력상품) 판매 호조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시장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특히 대형 패널 부문은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신제품 출시로 적자폭을 줄였다.
2분기에는 중소형 패널이 비수기였지만 프리미엄 패널 판매 호조로 직전 분기 수준의 이익을 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실적 호조가 두드러진다. 이는 삼성 패널을 공급 받은 아이폰15 시리즈가 출시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중소형 패널을 공급해 직전 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늘어났다는 게 삼성전자측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에도 아이폰14 프로 라인업에 탑재되는 패널의 70% 이상을 공급해 6조원에 이르는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한 해 선방한 반면 LG디스플레이는 2023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특수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연간 영업이익이 △2020년 2조2000억원 △2021년 4조5000억원 △2022년 6조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2020년 영업손실 291억원에서 △2021년 영업이익 2조2306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후 △2022년 다시 영업손실 2조850억원으로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1분기 영업손실 1조984억원 △2분기 영업손실 8815억원 △3분기 영업손실 6621억원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계속 줄어 지난해 4분기에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연간 기준으로 2조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 2024년 삼성디스플레이 ‘I AM Fine Q!’·LG디스플레이 ‘차량용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2023년에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지만 2024년은 IT·가전·TV 수요 개선과 특히 OLED 성장세로 모두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IT 등 신시장 분야의 OLED 적용 확대와 일부 수요 회복에 힘입어 전년 대비 5.4% 증가한 약 1228억달러(약 161조5800억원)가 될 전망이다.
특히 OLED는 IT, 차량용 등에 적용 분야가 넓어지며 2007년 이후 연평균 26.5% 지속성장해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434억달러(57조59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지난해 시장 상황이 워낙 안 좋아 올해는 기저 효과로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긍정적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며 “예컨대 애플의 아이패드 11인치와 12.9인치 프로 모델이 OLED 패널로 전환하는데 이 가운데 60~70%를 LG디스플레이가, 나머지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납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TV 시장이 불황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올해 파리 올림픽 등 스포츠 관련 이벤트가 TV 판매량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러한 여러 호재에 힘입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확실히 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이나 최근 발생한 미국·영국의 홍해 위협 등 여러 가지 대외 불확실성 요소가 많은 점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사업 방향은 ‘I AM Fine Q!’이라고 밝혔다.
알파벳 별로 △I는 ‘IT’ △Automotive(오토모티브)의 A는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M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Fine의 F는 ‘폴더블(화면을 접는)’ △Q는 ‘QD-OLED’다.
최 사장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우선 업계 최초로 투자한 8.6세대 IT용 OLED를 차질 없이 준비해 올해까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한 전장과 MR(혼합현실)·XR(확장현실) 등 글래스 기반의 다양한 초소형 디스플레이 역량도 강화한다.
폴더블은 5~6년간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QD-OLED를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의 본질인 ‘고객가치 창출’과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는 1년을 계획 중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이를 위해 △올해 예정된 스마트폰과 태블릿 OLED 신모델의 적기 개발과 양산 △대형 사업의 고객 기반 확대 및 새로운 판로 개척 및 공장 가동률 향상 △중형 LCD 사업에서 차별화 기술과 품질을 토대로 전략 고객과의 파트너십 강화 및 손익구조 개선을 위한 원가혁신 역량 집중 등을 실행 전략으로 수립했다.
업계의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밑바닥은 지나갔다고 판단된다”며 “전장용 디스플레이가 많이 성장하고 있고 애플 아이패드 OLED 납품이 진행되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도 잘했지만 올해는 현상유지 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며 “최주선 대표가 언급한 대로 2025년 양산 계획인 8.6세대 IT용 OLED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모바일은 새로운 폼팩터(제품형태)를 진행할 것 같고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밀고 있는 사업이지만 지난해 TV 시장이 좋지 않아 답보상태”라며 “올해 이 부분을 더욱 치고 나가면 지난해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점점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중국 제조업체를 우려했다.
그는 “모바일 부분에서 BOE, CSOT 등 중국 제조사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기존 모바일 부문 납품 비중이 축소되거나 향후 애플에서 출시될 제품에서 중국산 부품 비중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