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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촉각 세우는 증권사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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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1.10 07:28 ㅣ 수정 : 2024.01.10 07:28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은 높아져
증권사들, 선제적 대응 및 예의주시 분위기
우려사항은 우발채무, 충당금 적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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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법원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본격화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공포감이 증권업계에도 번지고 있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태영건설이 법원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본격화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공포감이 증권업계에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다만 태영그룹이 기존 4가지 자구계획에 더해 지주사인 TY홀딩스와 SBS 지분까지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그렇더라도 일부 채권자들 사이에서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어 워크아웃 개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는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증권사들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과 우발채무(유의험 보증채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자, 혹시 모를 사태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에 직접 자금을 빌려줬거나 태영건설의 사업장 부동산 PF에 채무보증을 서는 등 증권사들의 관련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최대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팀은 태영건설 관련 증권사 익스포저를 1조1000억원으로 봤고 한국신용평가는 1조1422억원으로, NICE신용평가는 9229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금융권의 태영건설 관련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4조5800억원 수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아직 그리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수 있다. 게다가 은행권과 달리 증권업계는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중·후순위로 참여하면서 절반 이상이 우발채무다. 

 

하지만 워크아웃이 시작되지도 않은 단계에서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데다가, 사태가 다른 건설사들로까지 확산될 경우 충분히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권사는 금융권 중 부동산 PF 관련 질적·양적 위험 규모가 커, 향후 중소형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증권업계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깔렸다. 

 

여하튼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책임준공이나 자금보충을 약속하고 증권사가 보증을 선 PF 규모는 9000억원이 넘는다.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대출 규모는 약 2183억원,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책임준공을 확약한 사업장과 자금보충·연대보증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업장에 대한 PF 대출잔액(△신용보강 5647억원 △책임준공 3474억원 △기타 118억원) 규모는 약 9239억원이다.

 

익스포저에 노출된 증권사는 대부분 대형 증권사로 지난 2일 기준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PF딜 중 미래에셋증권·KB증권·교보증권·현대차증권 등은 사모사채 인수 확약이나 대출채권 매입 확약을 맺은 상태다. 태영건설이 제출한 분기보고서에는 하나증권·한양증권·대신증권도 태영건설에 대한 대출을 집행했다.

 

앞서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본사 사옥을 담보로 유동화단기사채(1900억원)를 발행했는데, 증권사 중 KB증권(신용공여 1250억원)과 하나증권(600억원)이 해당 자금을 댔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도 태영건설이 자금보충을 확약한 부동산 PF 현장에 보유자산(루나엑스CC)을 담보로 1200억원의 한도로 신용공여를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증권사들이 충당금 적립에 대한 부담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신용평가 자료에서는 증권업 내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져는 1조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이라며 "대부분 대형 증권사로 자기자본 대비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지만, 워크아웃 진행 시 건전성 분류에 따른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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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강 및 책임준공 합산 기준. [자료=나이스평가, 메리츠증권]

 

태영건설 관련 자금이 엮인 증권사들을 취재한 결과, 아직은 워크아웃 개시 전인 데다 만기가 남아 있고 자금 회수가 무리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으며, 혹시 모를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KB증권의 경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대응하기 위한 IB본부와 대체투자관리부, 심사부서 등으로 구성된 태영건설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확인됐다. 

 

KB증권은 412억원의 부동산 PF 대출을 내주며 증권사 중 태영건설의 이번 워크아웃 리스크에 크게 노출됐고, 이 외에도 보증채무 등 태영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커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TF는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성수동 오피스 사업에 대한 432억원 규모의 PF 만기를 열흘 연장하며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할 때부터 출범해 TF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소형 증권사인 한양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우발부채 채무 비율이 '0%'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양증권은 건전한 재무 상태와 더불어 IB(투자은행) 호실적으로 수익성 방어에도 성공했다.  특히 올해 부동산 PF 우려 등으로 중소형 증권사의 손실이 커질 수 있는 경고와 맞물려 눈길을 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당장 증권업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워크아웃 개시 전까지 충분한 논의와 대책 마련할 시간이 있었고, 상대적으로 타 업권보다 보증 규모가 낮고 담보 등을 마련한 곳도 있어 아직 선제적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 관련 채권단협의회는 오는 11일 개최된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2012년 금융감독원 기업금융개선국이 마련·시행한 ‘워크아웃 건설사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MOU)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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