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최저 규모로 축소된 미국 원전, 부활과 쇠퇴의 갈림길에 서다
우리나라는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세 배로의 확대와 2050년까지 원전 세 배로의 확대를 동시에 선언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적 방점은 원전에 좀 더 놓여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원전 시장 현황을 자세하게 정리한 보고서가 발간되어 이를 중심으로 하여 국별 현황을 살펴보고 특히 가장 중요한 이슈인 원전을 둘러싼 비용 관련 여건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미국은 세계 최대 원전보유국으로 2023년 7월 1일 현재 93기의 상업용 원전을 가동 중이다.
그럼에도 재작년 미국의 상업용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 비중은 18.2%로 감소하여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원전 발전량은 0.9% 감소한 771.5TWh로 2012년 이후 가장 적었다.
• 미국, 원전발전량은 2022년 사상 최저로 축소
미국의 원전은 계속 노후화되어 2023년 중반 평균 수명이 42.1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 중 하나이며, 49기는 41년 이상(이 중 10기는 51년 이상), 4기를 제외한 모든 원전은 31년 이상 운영되고 있다.
< 미국의 원전별 평균 연령(2023년 7월 기준) >
2023년 7월 31일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93기의 원자로 중 84기는 이미 최초 라이선스 갱신(20년간 연장 운영)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 최소 40년에서 최대 60년까지 원자로를 운영할 수 있다.
이는 경제성이 없는 운영중 원전과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새로운 보조금 프로그램이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에서 대폭 확대되어 이전에 세운 폐쇄 계획에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것이다.
< 미국의 원전별 운영 연장 현황 >
• 2022년 13번째 원전 폐쇄, 반면 신규 원전 가동은 2기뿐
한편 미국에서는 2022년 5월 팰리세이즈 원전의 폐쇄로 2013년 상반기 4개의 원자로 폐쇄를 시작으로 10년 만에 13번째 폐쇄가 이루어졌다.
또한, 2014년 버몬트 양키, 2019년 필그림, 2020년 인디언 포인트-2, 2021년 인디언 포인트-3의 폐로와 2017년 피츠패트릭을 엑셀론에 매각한 데 이어 엔터지의 상업용 발전 사업 철수 계획이 완료되었다.
그러나 디아블로 캐년 1, 2의 운영 연장을 통하여 향후 10년간 더 이상 예정된 폐쇄는 없다.
반면 신규 원전의 경우 10년간의 건설 끝에 보글(Vogtle) 발전소의 신규 원전 2기 중 첫 번째 원전인 3호기가 2023년 4월에 전력망에 연결되었다.
‘원자력 규제위원회(NRC)’는 2023년 말 또는 2024년 1분기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4호기의 첫 번째 연료 장전을 승인했다. 그러나 두 원전의 비용 추정치가 350억달러를 초과한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범죄 수사가 원전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은 신규 원전 건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V.C. Summer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전력회사의 전 CEO는 프로젝트의 실제 건설 현황에 대해 거짓말을 한 혐의로 15개월의 징역형과 100만달러의 ‘부당 소득’을 환수하고 20만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 첨단 소형원전(SMR) 계획도 좌초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미 SMR에 12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향후 10년간 55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건설 중인 SMR은 단 한 기도 없다.
유일하게 NuScale만이 조건부로 최종 승인되었으나 2021년 10월 8개 지자체가 철수한 데 이어 2023년 1월까지 비용 추정치는 93억달러로 급증하고 전력 비용은 2만달러/kW로 늘어남에 따라 2023년 11월 초에는 프로젝트가 유지될 수 있을 만큼의 가입자 확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체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 인플레 감축법과 인프라 투자법을 통해 원전 관심 고조
한편 IRA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에서 원자력에 대한 상당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원자로 설계에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IIJA가 제정된 이후 여러 주에서 원자력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여러 전력회사에서 타당성 조사를 시작하거나 공식 장기 시스템 계획(많은 주에서 통합 자원 계획 또는 IRP라고 함)에 신규 원전 배치를 포함시켰다.
콜로라도, 코네티컷, 아이다호, 인디애나, 오하이오, 테네시, 버지니아 및 웨스트버지니아의 8개 주에서 2022년과 2023년에 신규 원자력 발전을 촉진하는 법안이 제정되었다.
제정된 법안에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한 기존 금지 조항 폐지, 타당성 조사 자금 지원, 원자력 개발 위원회 설립, 원자력 발전소 금융 승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 SMR 및 비경수로 관련 연방 정부 지원 프로젝트는 제한적
그럼에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추가계획은 미국 DOE가 후원하는 새로운 SMR 및 비경수로 설계를 위한 3개의 실증 프로젝트로 제한되어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2030년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아직 NRC에 라이센스 신청서를 제출한 프로젝트는 없는 상황이다.
이들 프로젝트의 총 발전용량은 1127MW에 달하며 이는 사실상 새로운 보글 원자로 중 하나와 맞먹는 규모이다.
문제는 대출 보증 프로그램이 보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원전 부활을 촉진하는 데는 실패했으며 가까운 미래에 추가로 새로운 대형 원전이 건설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2023년 현재, 3개의 상업용 원자로 실증 프로젝트의 일정은 2030년으로 미뤄졌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