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연임 결국 불발되나...'셀프연임' 논란에 개정안 통과 발목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국회 임시회가 진행되면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셀프연임'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구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단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농협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법사위를 통과하면 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농협법 개정안은 각 계열사가 '농협'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중앙회에 납부하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현행 2.5%에서 5%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도시농협의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도농상생사업비를 납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에는 이처럼 농촌과 지역농협의 발전을 위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개정안은 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두고 통과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 회장의 '셀프연임'을 위한 개정안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다.
현행 농협법상 중앙회장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없으나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장이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4년의 임기가 농촌과 농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대외활동을 수행하기에는 짧고 정책적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협중앙회, 산립조합중앙회 등 다른 협동조합중앙회의 경우 연임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유로 지목된다.
하지만 '현직' 중앙회장도 연임 가능 대상에 포함된 점이 문제가 됐다. 이 중앙회장은 '셀프연임'을 위해 국회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2월 8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식품소위원회에서 "이 회장이 농협법 '셀프연임'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 국회 전문위원, 농식품부 등에 인력 및 비용을 들여 로비하고 있고, 중앙회 기획실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때로는 회장 자신이 직접 국회의원을 비밀스럽게 만나 비자금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부장연합'의 공문을 인용하며 법안 통과가 의결되자 항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연임을 위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협법 개정안은 법사위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농협법 통과 가능성이 커지지만, 이 회장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연임을 위해 농협중앙회의 존재 이유인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법안 통과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농민조합원 없는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진행된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법안 반대 기자회견'에서 "셀프연임 법안으로 인해 나머지의 농협 개혁법안, 진짜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소한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성희 회장 셀프 연임 법안'이 농민과 농업의 회생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협법 개정안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이날 법사위를 넘어서면 9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 관보 게재 등 효력 발생을 위한 절차가 본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이달 11일 이전에 마감돼야 하는데, 이 절차들이 11일 오전 중 완료돼 효력이 발생하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
이달 3일 기준 농협중앙회장 예비후보로는 11명이 등록한 상황이다. 이 중에는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도 있으나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구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중앙회장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 만큼 현직 회장이 선거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협법 통과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 등록을 앞둔 시점에서 변수가 남아있는 점은 선거전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현직 회장을 연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입장을 내놓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