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태영건설 워크아웃 '빨간불'...자구책 놓고 채권단 vs. 대주주 신경전

김성현 기자 입력 : 2024.01.05 10:00 ㅣ 수정 : 2024.01.05 18:23

태영건설, 3일 채권단 설명회
주요 관심사였던 SBS 지분 매각 빠져
이복현 금감원장 "주말까지 납득할 만한 자구책 제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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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태영건설 주채권은행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태영그룹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 전액을 태영건설 지원에 쓰라"고 압박한 가운데 태영그룹측은 "이미 전액 지원했다"고 주장해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대금으로 태영그룹 지주사 TY홀딩스가 갚은 연대보증 채무를 누구 채무로 볼 것이냐를 두고 양측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이 자구책 가운데 하나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의 태영건설 지원' 건을 지키지 않았다며 오는 5일까지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없다고 압박했다.  이에 TY홀딩스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해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 태영건설이 제시한 '4가지 자구책' 

 

애초 워크아웃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던 태영건설은 지난 12월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의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유예·탕감과 추가 자금투입 등 지원을 해준다. 이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부실징후기업을 회생시키는 제도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려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태영을 포기하는 것은 저만의 실패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단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승인을 간곡히 요청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4일 △물류사업 업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 △환경업체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 대금 △골프·레저업체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항만시설 관리업체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4가지 자구 계획을 밝혔다.

 

위와 같은 자구책에도 채권단을 설득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핵심 계열사 SBS 지분 매각이 빠져 채권단이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SBS 지분매각과 함께 중요한 요소로 거론됐던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는 태영그룹 지주사 TY홀딩스가 4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약 48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요구한 30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태영건설이 기대에 못미치는 자구책을 내놓자 몇몇 채권단 관계자들은 설명회를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진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대주주의 뼈를 깎는 충분한 자구노력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피해가 최소화 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럼에도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강석훈 회장은 또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노력인 만큼 태영 측이 문제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와 시장 신뢰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우려된다"며 "이런 제안으로 채권단에서 75%가 동의한다고 기대하기는 상식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질타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역시 "국가경제적 사안이 걸린 만큼 대주주가 충분한 자구노력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과 언론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는 말로 실망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이 당초 약속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일부(약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나머지 1149억원 중 809억원 가량을 이미 TY홀딩스 채무보증 상환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만약 태영건설이 매각자금을 5일까지 태영건설로 원상복귀 시키지 않으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 채권단 "태영, 약속 어겨" vs. 태영그룹 "사실 아냐"

 

이에 대해 태영건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TY홀딩스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워크아웃과 관련해 주채권은행에 약속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이 3일자로 모두 이행했다고 말했다.

 

TY홀딩스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산업은행에 약속한 그룹 차원의 자구계획 중 자회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잔액 259억원이 3일자로 태영건설에 지원됐다"며 "자구계획 내용대로 매각대금 전액이 태영건설을 위해 사용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태영인더스트리 외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약속대로 이행해 태영건설 정상화에 사용할 것"이라며 "다만 리테일 채권 외 나머지 태영건설 연대보증채무가 TY홀딩스에 지급청구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일부 사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TY홀딩스 입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워크아웃이 쉽게 개시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태영건설의 4가지 자구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산은과 태영건설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건은 차치하고서라도 블루윈, 에코비트 매각과 같은 안건에 대해 현실적인 자금 마련 방안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다.

 

이 금감원장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1차 채권단 협의회까지가 아니라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새로운 자구책을 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조건으로 11일 이후 워크아웃이 시작될 것으로 여기면 곤란"하다며 "(워크아웃과 관련된)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태영건설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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