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사례분석] 코오롱인더스트리, 환경·사회 등급 올랐지만 지배구조에 발목 잡혀 종합등급 'B+' 유지
환경, 사회는 한 등급씩 상승했으나 지배구조 부문이 두 등급 하락해 종합등급은 제자리
전임 CEO의 회식자리 갑질 논란과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 시스템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
김영범 대표이사, 차별화된 지속가능경영 강조...지배구조 부문 강화라는 과제 해결해야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경영 및 투자는 글로벌 경제의 가장 뜨거운 화두이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이 보장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많다. 하지만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ESG경영 주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뉴스투데이가 ESG 경영 ‘사례분석’을 통해 실체적 평가를 시도한다. 이 기사는 뉴스투데이와 ESG 센터 공동기획이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화학소재는 산업 특성상 화석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막대한 탄소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이미지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ESG 경영의 중요도가 커지며 업계에서도 친환경 제품 및 소재 개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화학소재 전문기업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SPE(Sustainable Polymer Economy, 지속가능한 고분자 생태계)’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친환경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 노력은 일정 부분 결실을 맺었다. 2023년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의 환경 부문과 사회 부문에서 전년 대비 한단계씩 성장했다. 2022년 ‘B’ 등급이었던 환경 부문은 ‘B+’로, A등급이었던 사회 부분은 ‘A+’로 올라섰다. 하지만 종합등급을 상승하지 못하고 ‘B+’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지배구조 부문이 ‘A’에서 ‘B’로 두단계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코오롱인터스트의 지배구조 부문 등급 하락의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개별 기업 등급 관련 정보는 언론에 제공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SG경영 평가 기준을 고려할 때, 두 가지 요인이 지배구조 등급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11월 불거졌던 전임 최고경영자(CEO)의 회식 갑질 논란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만 해도 A였던 지배구조 등급이 2023년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지배구조도 ESG평가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한국ESG기준원이 ESG 평가기준, 특히 지배구조 평가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강화된 기준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등급 하락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ESG경영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요인인 것이다.
김영범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는 “이제 ESG경영 실천은 현재 기업에 요구되는 덕목이자 사명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선결 과제”라며 “그룹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고객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코오롱’을 계승하고 자사만의 차별화된 방식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새해에는 환경과 사회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부문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 환경(E) : '차세대 생분해 플라스틱' 등 친환경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 이산화탄소 30% 감축도 추진
화학소재 기업에게 환경 부문 개선에 있어서 친환경 제품 개발이 최우선 과제다. 때문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연평균 연구개발비는 1027억원으로 CAPEX(자본적 지출) 평균인 2231억원의 약 46%로 투입했다.
예컨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차세대 생분해 플라스틱 ‘PEF(Poly Ethylene Furanoate)’와 ‘PHA(Poly Hydroxy Alkanoate)’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PEF 100% 식물성 원료이기 때문에 석유화학 플라스틱인 기존 PET(Poly Ethylene Terephthalate)를 대체 가능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바이오 복합소재를 전문의 핀란드 기업 ‘스토라엔소’와 최적화된 PEF 원료 공급망 확보와 상업화 기술 개발에 협업 중이다. 아울러 네덜란드 친환경 소재 개발 스타트업 ‘파크스 바이오머티리얼스’와 국내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PHA 양산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PHA는 여러 생분해 소재 가운데서도 토양과 해양 등 일반 자연 환경에서 분해 성능이 가장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이 밖에도 KT&G와 천연원료 기반 친환경 소재(라이오셀)를 적용한 담배 필터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미 화학적 재생 기술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화학재생그린섬유개발’ 사업 주관사에 발탁돼 국비 약38억원을 지원받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원금으로 물리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폐PET의 화학재생이 가능하도록 새로운 공정기술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석유산업기반 원료를 대신할 재생원료 개발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해 이산화탄소를 기존 대비 30% 이상 저감할 방침이다.
■ 사회(S) : ‘안전에는 타협 없다’…안전투자 목표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산업자재에서부터 패션까지 다양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 특성상 사업장 안전 확보를 임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명권 존중을 위한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에 타협은 없다’는 모토를 앞세워 모든 경영 업무에 있어 안전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무재해 사업장 구축을 위한 소통 채널의 일환으로 2022년 1월 대표이사 직속 안전보건 전담조직인 ‘안전보건센터’를 출범했다.
안전보건센터는 안전경영 컨트롤타워로서 전사 안전보건경영 목표와 지침을 수립한다. 사업장별 분석과 본사-현장 간 긴밀한 소통을 토대로 ‘현장 밀착형’ 맞춤형 과제를 발굴·기획·시행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안전 투자에도 공격적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2022년 안전투자 목표 실적은 147억원이었는데 목표치의 85% 수준인 126억원을 이행했다. 2021년 목표치 49억8200만원의 61.9%인 30억8200만원을 달성한 점과 비교해 목표치도, 이행률도, 이행 금액도 모두 대폭 상향됐다.
이는 안전투자가 단기적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사고예방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을 보장하는 가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안전보건 예비비 예산을 추가 편성하여 위험성평가 및 현장점검을 통해 탐지된 유해위험요소를 빠르게 제거·개선·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근로자의 안전 확보에 힘쓰고 있다.
■ 지배구조(G) : 지난 해 두 등급 하락, ESG경영 강화 및 주주 가치 제고에 노력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환경·사회 부문의 등급 상향 조정에도 종합등급이 전년 수준에 머물렀던 요인은 지배구조 부문의 두단계 하락의 영향이 크다.
2023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전인데다가 평가기관에서 개별 기업들의 등급 조정의 구체적 사유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다.
다만 평가 기준을 토대로 가능성 높은 등급 하락 배경을 추론할 수 있다. 지배구조 부문 평가 기준은 이사회 리더십, 주주권 보호, 감사, 이해관계자 소통 등을 기본으로 임원들의 성과나 보수, 기업 관련 각종 이슈 등까지 심화적으로 검토한다.
이 점을 미뤄 ‘장희구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의 회식자리 갑질 논란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ESG기준원의 평가대상기간은 사업보고서 연도 기준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2023년 평가의 경우 2022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는 셈이다. 때문에 2022년 11월에 발생한 장희구 전 대표의 갑질 논란은 2023년 평가에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의 독립성 약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의 독립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다. 이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에서 자주 거론되는 논쟁 거리이기도 하다.
이사회의 순기능은 경영자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은 분리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 등을 이유로 다수의 기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의장 역할은 겸하고 있다. 이는 본인이 본인을 감시하는 아이러니한 구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이사회 독립성 평가 항목에서 감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 중이다.
그 일환으로 매분기 IR설명회를 개최하고 투명한 경영과 경영정보를 주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분기 실적의 변동사항과 향후 사업전망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친화 방침을 실천 중이다.
2019년부터는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집중일을 피해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간편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부터는 그동안 우편 발송했던 배당금 지급통지서를 온라인 안내로 대체하면서 ESG경영 강화 및 주주 가치 제고에 힘쓰는 중이라는 게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뉴스튜데이와의 통화에서 “올해도 제조, 기술력, 조직 모든 면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 ESG 경영 내재화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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