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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최대 화두였던 내부통제 강화 등 이유로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줄줄이 꺼내 들었다. 특히 증권사 CEO들의 임기 만료가 올해 말과 내년 3월에 몰린 가운데 리스크 관리 실패, 세대교체 등의 영향을 받아 교체 바람이 거세다.
대형사로 시작된 CEO 교체는 중소형 증권사로 번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미래에셋증권에서 시작된 CEO 교체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며, 지난달 메리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이달 초 삼성증권까지 이어졌다. 대형사로는 NH투자증권을 빼면 중소형사 CEO들의 연임 여부만 남으면서 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임기 만료 앞둔 CEO…중소형사는 안정, 교체 촉각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중 9곳가량의 CEO가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된다. 이 가운데 7명의 CEO가 교체됐거나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 이제 시선은 남은 교보증권·SK증권·하이투자증권·DB금융투자·한양증권 등 중소형사로 향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 CEO들이 대거 교체됨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둔 중소형사 CEO들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와 달리 리테일 고객층이 얕고 기업금융(IB)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커 업황 악화로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옵티머스 판매사 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연말 인사폭을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첫 심문기일이 전일 비공개로 열렸다.
김신 SK증권 대표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햇수로 10년째 SK증권을 이끌어 온 장수 CEO다. SK증권은 올 초 전우종 대표를 신규 선임하면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해 한차례 변화를 꾀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열렸다는 평가다.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는 2020년 선임된 이후, 첫 번째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지난해 연임에도 성공했다. 교보증권도 각자 대표 체제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자 대표인 이석기 사장이 올해 연임되면서 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나온다.
2021년 취임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본부를 확충하고 충당금 적립을 통해 자본건전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홍 대표는 부동산 PF 부서 임직원들의 ‘꺾기(대출을 조건으로 금융상품 가입 요구) 영업’을 했다는 의혹에 올해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등 연임 여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는 한 번 연임에 성공해 이번이 두 번째 임기(2년)를 마치는 것이지만 실적 등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대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종투사) 지정을 준비 중이어서 현 체제에서 크게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판매사 CEO 관련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도 ‘주의적 경고’로 낮춰진 점도 가능성을 더했다.
이밖에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 등도 내년 3월부로 임기가 끝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듯하다"며 "대형사로부터 시작된 교체 흐름이 중소형 증권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증권사 CEO 세대교체 흐름 본격화
앞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이 CEO를 교체했다. 그간 증권사 CEO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연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으나, 올 들어 CEO들이 대거 교체됐거나 교체가 유력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공신인 최현만 회장을 필두로 한 각자대표 체제에서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체제로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했다. 메리츠증권은 14년 만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최희문 부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기고 신임 대표이사로 장원재 사장을 선임했다.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온 정일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김성환 대표(내정) 체제를 맞이했다. 부동산 PF 전문가인 김 대표는 직전까지 개인고객그룹장을 역임했다.
2018년부터 6년간 삼성증권을 이끌어온 장석훈 사장도 물러나고 삼성글로벌리서치 삼성사회공헌업무 총괄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종문 대표(내정) 체제의 삼성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후임으로는 이홍구 KB증권 WM영업총괄본부 부사장이 추천됐다. IB부문을 이끌던 김성현 대표는 연임됐다.
키움증권은 두 차례의 주가조작 사태에 휘말리며 결국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다. 황현순 대표이사는 영풍제지 사태로 인한 손실 약4333억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키움증권 이사회는 차기 대표이사로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을 내정했다.
BNK투자증권은 최근 신명호 전 유안타증권 IB부문 대표를 신임 대표 후보로 내정하면서 수장을 교체했다.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에 배형근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및 내정했다. 배형근 사장은 기존 최병철 사장에 이어 현대차증권을 이끌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가가 새로운 CEO 체제 아래 부동산 관련 조직을 슬림화하고 자산관리(WM)와 리테일 등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인사를 내정하는 분위기"라며 "임기를 앞둔 남은 중소형사 CEO도 변화를 줘 내년 업황을 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업계 유일 ‘연임’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증권가 CEO 교체 속에서도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여하던 관례를 깨고 김상태 사장에게는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단기적 성과 추구를 지양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김상태 사장은 IB 전문가로서 특명을 안고 올해부터 신한투자증권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미래에셋증권 IB총괄사장으로 있다가 신한투자증권 글로벌투자은행(GIB) 총괄 각자대표로 영입돼 주식발행(ECM), 채권발행(DCM) 확대에 힘써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 예측 불가능한 잠재적 리스크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 자회사 사장단에 대한 리더십 변화를 최소화했다"며 "이는 일선 자회사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기초체력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가 지난해 말 회사를 맡아 올해가 첫해로 임기가 내년까지다. 강 대표는 최근 실적 턴어라운드를 위해 체질 개선과 수익 다각화를 전면으로 내세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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