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포스코그룹 최정우 호(號) , 흑연·음극재 ‘脫중국화·기술 첨단화’ 이끈다
중국, 자국 영향력 키우기 위해 흑연 공급망 통제 이어가
포스코인터, 탄자니아 흑연 광산으로 ‘脫중국 및 안정적 공급망’ 구축
포스코퓨처엠, 흑연계 음극재부터 실리콘 음극재까지 역량 갖춰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최정우 회장(66·사진)이 이끄는 포스코그룹이 흑연·음극재 사업에서 '탈(脫)중국화'와 '기술 첨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지금껏 중국 원재료에 의존해온 배터리업계가 원료 공급망을 다변화해 중국 입김에서 벗어나고 중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업계가 더욱 선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는 흑연과 음극재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점과 관련이 있다.
국제무역센터(ICC)자료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연료인 흑연의 2021년 전세계 수출량은 5억2200만달러(약 6850억원)이며 해마다 9% 성장해 2030년 12억3700만달러(약 1조623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음극재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로 주로 쓰이는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음극재 시장 규모가 지난해 75억달러(약 9조8400억원) 였으며 오는 2030년 219억달러(약 28조743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으로서는 흑연과 음극재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양극재는 주로 배터리 이동 거리에 영향을 주지만 음극재는 배터리 충전 속도 및 수명과 직결됐다"며 "전기차 배터리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충전속도 향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음극재 기술을 더욱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흑연 공급망은 대부분 중국기업이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자국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흑연 공급망을 계속 통제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운신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은 흑연을 자체 조달하기 위한 공급망을 확보해 한국 배터리 업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방침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천연흑연 음극재부터 실리콘 음극재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극재를 개발하고 양산 설비도 갖춰 국내 배터리업계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 포스코그룹, 중국 흑연 압박에 발 빠르게 대처... 2025년부터 자체 조달 가능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한국이 수입한 천연 흑연 수입액 가운데 중국산 흑연이 무려 96%에 이른다. 사실상 거의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해오는 셈이다.
게다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전기차 배터리 세계 공급망 보고서’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천연 흑연 중 80%가 중국산이라고 밝혔다. 흑연 가공 공정도 70%가 중국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연은 음극재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원재료다. 전기차 배터리처럼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야 하는 2차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게 흑연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연 관련 수출통제조치를 올해 12월부터 시행하겠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달 말 2차 전지 제조 업체 포스코퓨처엠 및 배터리 3사를 소집해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흑연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관련해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3개월 치 흑연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황이며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 중국의 흑연 제재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배터리 3사는 호주 흑연 기업 등 여러 비(非)중화권 기업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흑연 공급망 다변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의 흑연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포스코그룹이 추진 중인 흑연 사업은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 호주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 파루 그라파이트와 전기차 배터리용 흑연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향후 파루 그라파이트가 보유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마헨지 광산에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투자해 흑연 채굴 설비 구축을 돕고 이를 통해 향후 25년 동안 총 75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그리고 이 흑연은 포스코퓨처엠으로 전달돼 음극재 제조에 사용될 예정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2025년 탄자니아 마헨지 흑연 광산 개발이 마무리되면 채굴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후 포스코퓨처엠에 흑연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미국 완성차업체 GM의 배터리 합작기업 얼티엄셀즈와 1조원 규모의 음극재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의 안정적인 흑연 공급망이 뒷받침돼 포스코퓨처엠은 여러 글로벌 배터리 기업과 음극재 계약 체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포스코퓨처엠, 국내 최초 음극재 개발·양산 역량으로 배터리 업계 관심 모아
포스코퓨처엠은 국내 최초로 천연·인조흑연 음극재를 개발하고 양산하는 기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상반기 기준 세종 공장에서 7만4000t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포항에서 8000t 규모 인조흑연 음극재를 양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음극재 수요 증가에 발맞춰 생산능력을 2030년 △천연흑연 음극재 14만6000t △인조흑연 음극재 15만2000t △실리콘 음극재 2만2000t 등 다양한 음극재 제품을 총 32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천연흑연 음극재는 가공 공정이 짧아 제조비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인조흑연 음극재는 추가 가공 공정이 필요해 제조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다만 이 음극재는 수명이 길고 제품 성능이 좋다.
그리고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일반적으로 흑연은 탄소 원자 6개당 리튬이온 한 개가 저장된다"며 "이에 비해 실리콘은 원자 4개당 리튬이온 15개가 저장되는 구조를 갖춰 실리콘 기반 음극재 단위 에너지 용량이 흑연보다 약 10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고용량·고출력의 성능을 지녀 전기차 배터리 주행거리를 혁신적으로 늘리는 차세대 소재"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 음극재 업계에서 실리콘 음극재가 활용도는 2% 미만”이라며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은 천연·인조흑연을 활용한 대규모 음극재 생산체제는 물론 프리미엄급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실리콘 음극재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음극재 업계에서 포스코퓨처엠 경쟁업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의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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