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IFRS17' 덕에 수익 급증…카드‧저축銀 고금리에 타격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2023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카드‧저축은행은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건전성 부담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회계제도 변경에 따라 순익 규모가 증가했다. 다만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도 따른 실적 착시효과가 잡히지 않으면서 업계의 혼란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또 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압박에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당국음 고금리‧고물가로 서민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융사의 상생금융 동참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카드사와 저축은행은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상생금융 비용까지 여력을 짜내고 있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2금융권(증권·투자업 제외) 10대 뉴스들이다.
■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에 보험사 실적 널뛰기
올해 보험업계를 휩쓴 키워드는 IFRS17이었다. 올해 IFRS17이 처음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의 실적이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 53곳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1조4225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3조6613억원(47.2%) 증가한 규모다. 금융권에서는 IFRS17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IFRS17 도입 이후 1분기 보험사들의 실적은 큰 변동을 보였다. 대부분 보험사들의 순익 규모가 전년과 비교해 많게는 300% 가까이 폭증했으며, 일부 대형보험사는 소폭 감소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자의적인 계리적 가정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부풀린 것으로 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적용에도 보험사들의 실적은 상이했다.
회계제도 변경으로 순익규모가 널뛰면서 보험사 실적에 대한 신뢰성도 훼손됐다. 보험사들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실적을 산출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적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이 각 사마다 차이가 있어 신뢰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IFRS17 도입 첫 해 시작된 혼란이 진정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당국 '상생금융' 기조에 보험·카드사 '난감'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상대로 '상생금융' 동참을 요구하면서 보험‧카드사도 상생방안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각 사마다 취약계층 금융 대출 지원, 소상공인 매출 대금 조기 지급, 신용대출 금리 우대 등 수천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다. 카드업계의 상생금융 규모를 모두 합하면 2조원을 넘어선다.
보험업계도 상생금융안을 내놓고 있다. 보험사 가운데서는 한화생명이 청년을 위한 저축보험을 출시하면서 가장 먼저 나섰으며, 삼성생명, 신한라이프, 교보생명 등 대형사를 중심으로 상생금융 상품이 나왔다. 손보업계는 서울시에 난임 수술비용 40억원을 지원하고, 보험료 인하와 사회공헌활동 기금 마련 등 공동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보험‧카드업계가 상생금융 방안을 내놨으나 금융당국은 고금리‧고물가 등 서민경제가 어려운 점을 강조하며 상생금융안 마련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업계와 카드업계 CEO들을 만나 상생금융 동참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일 보험업계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보험계약자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만큼 보험사가 신뢰받는 동행자로서 계약자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증권업계와도 상생금융 동참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4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 병원 또는 약국이 진료내역 등을 전자문서 형태로 중개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전달하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상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통과되면서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수월해진다. 10월 24일 공포된 이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법안이 통과됐으나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약 4단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환자의 진료비 내역뿐 아니라 개인 의료정보가 보험신용정보시스템(ICIS)에 누적돼 진료비 지급 거부 등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중개기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아닌 핀테크업체 등 민간 영역에서 중개를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계약에 의료기관이 강제로 개입하게 한다는 이유로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제도가 기한에 맞춰 시행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 尹정부 국정과제 '펫보험 활성화', 펫보험자회사 허용에도 지지부진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펫보험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면서 보험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펫보험 활성화'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정작 보험업계에서는 큰 반응이 없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0월 16일 관계부처와 함께 진료항목 표준화와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를 검토하는 내용의 '반려동물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펫보험 가입률을 제고하기 위해 펫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11월에는 금융위와 농림축산식품부와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보험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진료수가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병원별로 진료수가가 달라 손해율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품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의사법 개정 등을 통해 수의업계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협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나 진료부 발급 등을 두고 의견 차이가 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현대카드, 애플페이 본격 도입…'수수료 전가' 논란도
현대카드가 올해 3월 국내 카드사 가운데 처음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은 애플의 아이폰 선호도가 높은 1020세대를 고객으로 유입시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이후 가파른 신규회원 유입세를 보였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3월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신규회원 수는 20만3000명으로 전월 11만2000명에 비해 9만1000명이나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이 같은 회원 유입의 영향으로 신용판매 이용 금액이 증가하면서 3분기 카드업계에서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우여곡절도 많았다. 다른 국가에 비해 애플과 비자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높아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아울러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구입 비용이 소상공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정감사에서 "타국에 비해 수수료율이 특별히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 "다른 국가의 수수료율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어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애플페이 결제 단말기가 어느정도 보급됐으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아직 보급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소상공인에 대해 보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매물 쏟아지는 보험·카드·저축은행…매각은 0건
올해 M&A 시장에는 2금융권 매물이 쏟아졌으나 한건의 매각도 성사되지 않았다. 보험사 가운데서는 ABL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왔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원매자의 인수 부담이 큰 데다 IFRS17 도입에 따른 혼란이 진정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사 가운데서는 롯데카드가 매물로 나왔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몸값이 시장의 평가에 비해 높은데다 자금 조달에 따른 이자 부담이 있어 인수에 부담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 한화저축은행, 조은저축은행 등 매물로 나온 곳이 다수이지만 업권의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 매각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도 여전히 높은 조달비용과 부동산금융 부실,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 부담으로 외형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새마을금고, '뱅크런'에 중앙회장 금품수수 혐의까지…경영혁신 나서
올해 7월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가 부실대출로 화도새마을금고와 합병되면서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이 발생했다. 이 영향으로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전국 새마을금고에서 예적금을 해지하기도 했다. 국민적 불안이 확대되면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나서 새마을금고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10월에는 중앙회 임원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박차훈 중앙회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김인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으며, 이달 21일 보궐선거를 통해 차기 중앙회장을 선임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마을금고중앙회(이하 중앙회)는 8월 10일 이사회를 열고 중앙회 및 새마을금고의 건전성 지도‧관리와 경영혁신, 발전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설치했다. 혁신위는 11월 14일 △지배구조 및 경영혁신 △건전성 및 금고 감독체계 강화 △금고 경영구조 합리화 및 예금자보호 강화 등 3대 분야 핵심과제, 29개 기본과제 및 72개 세부과제로 구성된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중앙회장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대표이사 체제로 개편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 등 타 상호금융권과 건전성 규제 차이를 해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고 감독체계 개편과 금감원 연계 강화를 통한 감독기는 확대 방안도 담겼다. 혁신위는 국회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추진해 새마을금고법을 조속히 개정하고 혁신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카드·저축은행 고금리 속 실적 악화
카드업계와 저축은행은 올해 고금리에 따른 실적 한파를 겪었다.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익 총합은 1조8799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2조528억원에 비해 21.1% 감소한 규모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고금리 장기화가 꼽힌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조달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3분기 누적 14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대출금리가 법정 최고금리에 따라 20%로 제한된 상황에서 예대금리차 축소가 지속되면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6.0%였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3분기 4.9%로 1.1%p 줄었다.
연체율 악화도 카드업계와 저축은행업계의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카드업계의 3분기 평균 연체율은 1.67%로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계의 3분기 평균 연체율은 6.15%로 전분기 대비 0.82%p, 전년 말 3.41%에 비해서는 2.74%p나 악화됐다.
금융권에서는 카드업계와 저축은행업계의 실적 한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의 경우 과거 저금리 시기 발행했던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차환 부담이 지속되고,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조달비용 부담과 연체율 상승 등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카드업계 리볼빙 이월잔액 증가…건전성 관리 '과제'
카드업계의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이월잔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10월 말 기준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5832억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4000억원 증가했다. 리볼빙은 카드 이용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할부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카드대금을 제때 납부하기 어려운 고객의 연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서비스이지만 카드론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돼 가계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10월 기준 리볼빙 평균 금리는 18.54%다.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근접한 수치다. 같은 시기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6.97%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차주에 대한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어 취약차주 대출 수요가 리볼빙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악화하고 있다. 이들 7개 카드사의 올해 3분기말 기준 평균연체율은 1.67%로 전년 동기에 비해 0.6%p 상승했다.
카드사들의 리볼빙 이월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달 중 상대적으로 리볼빙 이월잔액이 크게 늘거나 연체율이 악화된 일부 카드사를 대상으로 적절한 수준의 리볼빙 서비스 운영을 주문할 계획이다. 경기둔화와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이 악화한 카드업계는 건전성 강화 방안 마련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푸르덴셜-KB생명 통합 법인 KB라이프 출범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통합 법인인 KB라이프가 올해 1월 출범했다. KB라이프는 출범 이후 순익 규모가 늘면서 지주 기여도를 확대했다.
KB라이프는 올해 3분기 누적 28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1344억원(푸르덴셜과 KB생명의 당기순익 합산) 대비 108.6% 성장한 수치다. 지주 순익 기여도도 확대됐다. 올해 3분기 KB라이프의 순익 기여도는 6.42%로 전년 동기 3.33%에 비해 3.09%p 올랐다.
KB라이프는 올해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를 설립하고 KB손해보험이 소유하고 있던 요양사업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며 수익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