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확대·가계부채 억제···당국 ‘특명’에 부담 커진 은행권
당국, 지주 회장 이어 은행장에 상생금융 압박
‘체감 가능 수준’ 요구··연말 최종방안 나올 듯
이자 부담·캐시백 관측···가계부채 영향 우려도
은행권 “기존 대출 차주에 적용...영향 제한적”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역대 최대 이익을 거둔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에 고심하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대한 ‘체감 가능한 수준’의 대책을 주문받으면서 조만간 대출금리 인하 행렬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의 금리 운용 수준에 따라 그동안의 가계부채 관리 효과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은행들 입장에선 금융 소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상생금융 확대와 가계부채 억제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내 17개 은행장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시장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20일 국내 8개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 이어 각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금융당국은 이번 간담회에서도 은행들의 상생금융 확대를 주문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 3분기까지 누적 이자 수익이 30조원을 돌파하며 ‘이자 장사’ 논란이 확산한 만큼 사회적 책임 이행에 나서라는 취지다.
일단 금융당국은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횡재세(초과 이익 환수)’ 법안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다. 다만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이에 준하는 규모의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만들길 원하는 모양새다. 올 연말 은행(금융지주)들이 내놓을 상생금융 규모는 약 2조원대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선제적으로 상생금융 정책을 발표한 신한·하나금융의 사례로 비춰봤을 때 △이자 감면 △이자 캐시백 △만기 연장 △정책금융 출연 등의 형태로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체감 가능한 수준’의 방안을 주문한 만큼 사실상 대출금리 조정도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한 금융지주사의 관계자는 “당국에서 말한 체감을 높이기 위해선 은행이 걷는 이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신용도 때문에 너무 높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차주들의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 낮추거나, 납입한 대출이자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하면 가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감면)가 가계부채 억제 기조와 역행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은행들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금리 인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여 가계부채 증가세 조절에 나섰는데, 상생금융이 시행되면 그동안의 노력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9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조7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조5000억원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7조3000억원 늘며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아직 금리 인상을 통한 수요 조절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 속에서 상생금융을 확대해야 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적정한 수준의 대출금리 운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주범’ 논란이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연일 은행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 시기를 빚으로 버텨온 분들의 부채 상환 부담을 덜어드림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은행 고객기반을 보호하고,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을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일단 은행들은 ‘기존 차주’에 대한 지원 확대로 상생금융과 가계부채에 동시 대응하겠단 계획이다. 신규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리 인하보다는, 이미 취급된 대출의 금리를 내리는 방향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경계하는 건 신규 대출이 많이 나간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나간 대출에 대한 금리를 깎아주는 상생금융과는 결이 다르다”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때처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로 한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기존 차주들의) 만기 연장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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