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 유지해 '안정 속 변화' 추구

전소영 기자 입력 : 2023.11.28 05:00 ㅣ 수정 : 2023.11.28 05:00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내년 업계 불투명에 파격 인사 아닌 안정에 방점
'반도체 신화' 일궈낸 전영현 부회장, '미래사업기획단장 맡아 '주목'
용석우 신임 사장, 삼성전자 TV사업 세계 1위 유지와 첨단 기술력 강화 주도
안정과 변화 동시 추구해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세상에 없는 신기술 개발에 속도
미래사업기획단 전력반도체·바이오·차세대통신·신성장 R&D 등 미래사업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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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공공업무실장(사장),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 주말 삼성인을 비롯한 일반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삼성전자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가 27일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12월 첫 째주에 사장단 인사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예년보다 7~10일 빨리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의 ‘투톱 체제’ 유지 여부였다.  

 

올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거머쥔 삼성전자가 조기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쇄신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일각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데다 내년에도 산업계 전망이 불투명해 파격 인사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재용 회장의 선택은 후자였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는 과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추진했던 신수종 사업을 떠올리는 ‘미래사업기획단’이 신설됐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은 2010년대 들어 권오현 전(前)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반도체 신화를 일궈낸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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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2명의 사장 승진, 3명의 위촉 업무 변경을 단행했다.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개설해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TV사업 성장에 이바지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올려 사업부장으로 과감하게 보임하고 글로벌 대외협력 조직을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IT(정보통신) 업황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번 사장 승진 대상자는 △용석우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부사장) △김원경 DX부문 경영지원실 글로벌 공공업무(Global Public Affairs)팀장(부사장)이다.

 

용석우 신임 사장은 저명한 TV 개발 전문가로 향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통해 삼성전자 TV사업의 세계 1위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원경 신임 사장은 외교통상부 출신의 글로벌 대외협력 전문가로 앞으로 글로벌 공공업무실을 맡아 글로벌 협력관계 구축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위촉업무 변경 대상자는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 부회장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부문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생활가전사업부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각각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부문장· 활가전사업부장 △대표이사 사장 겸 DS부문장·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맡게 됐다.

 

한편 재무 관련 주요 사장단 인사 여부도 주목된다. 과거 재무와  기업 인수합병(M&A)를 포함한 전반적인 사업 전략을 짰던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불리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의 정현호 팀장(부회장)과 경영 전략과 재무, 기획 인사 등을 총괄하는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등은 내년에도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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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사진 = 뉴스투데이 편집]

 

이번 인사를 앞두고 최대 화두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유임 및 투톱체제 유지 여부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인사와 관련한 다양한 가설이 여러가지 나돌았다. 한 예로 ‘7월 조기 인사설’이다. 즉,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를 대신해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사업부 사장이 한 부회장을 대신해 DX부문장에 발탁될 것이란 예측이었다. 동시에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실적 악화 책임을 지는 명목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가설도 있었다.  

 

경기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자 인적 쇄신을 통한 위기 극복 필요성 제기돼 이같은 가설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재용 회장 취임 1년까지 맞물려 대대적인 인사 개편 가능성이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가설은 가설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2인 대표 체제를 지속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각각 부문장 겸직을 유지한다.

 

이 같은 인사의 결정적 배경은 이재용 회장에게 남아 있는 사법 리스크가 지목된다.

 

검찰은 지난 17일  ‘불법 경영 승계’ 의혹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재판 선고일은 내년 1월 26일이며 삼성 측은 최종 선고에서 감형으로 무죄나 차선인 집행유예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회장 구속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만일 이재용 회장 구속이 결정되면 경영 공백이 발생하고 당분간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번 인사에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올해 삼성전자 실적 악화, 특히 반도체 사업 적자는 두 대표 역량의 문제보다는 경기 흐름 영향이 커 ' 책임론'을 적용하기가 무리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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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 = 삼성전자]

 

이에 따라 이번 인사발표 후 삼성전자가 ‘쇄신보다 안정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2인 대표 체제유지 속에 안정을 도모하면서 젊은 리더를 발탁해 지속성장을 위한 미래 기반 구축도 놓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인사가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2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 △세상에 없는 기술개발 등 지속성장이 가능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기반의 대표적 사례가 ‘미래사업기획단’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부회장급 조직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새롭게 꾸려 신사업영역 개척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조직은 대표이사 직속이다.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게 된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 먹거리 발굴을 이끌 것으로 주목되는 인물이다.

 

이 점을 미뤄 미래사업기획단은 전력반도체 등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미래 먹거리를 통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연구개발(R&D) 등 미래 사업 전략를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년 8월쯤에 내리기로 해 향후 10개월은 고금리가 유지될 전망"이라며 "재무구조 안정을 위한 전략이 인사에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교수는 또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겠다는 전략도 담겼다. 새롭게 조직을 구성해 인공지능(AI)이나 소프트웨어 분야 등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나타난다”며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안정과 미래 발전 2개를 동시에 목표로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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