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필리핀, 아닐라오 3-11, “문어와 Garden eel”
[필리핀 아닐라오/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작은 동굴을 지나서 전진하자 매우 양호한 수중 시정 속에서 깨끗하고 화려한 산호밭이 나타난다. 눈이 호강하면서 심신이 상쾌해진다.
“이런 풍경을 보느라 다이빙을 하는 것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나아가자 이번에는 다소 독특한 모습의 말미잘과 함께 흰동가리 가족이 보인다.
각종 산호밭을 지나고 풍경이 바뀔 즈음해서 서 대표가 멈춰 서서 뭔가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서 대표는 한쪽을 지켜보면서 그쪽을 보라고 수신호를 한다. 뭔지 하고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다름 아닌 문어였다.
문어는 TV(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 또는 횟집에서나 보았을 뿐, 실제로 바다속에서 살아있는 녀석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다. 꽤 오래전에 세부에서 다이빙할 때, 필리핀 강사들이 바다속에서 문어를 잡는 것은 보았지만 그때는 그들과의 거리가 멀어서 자세히 못보았다.
이날은 문어를 비교적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이 녀석은 수시로 자신의 몸 색깔과 형태(피부에 돌기 같은 것이 솟아나 있었다)를 바꾸고 있었다. 그 행동이 마치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 같았다.
이 녀석은 계속 산호 밑에 있어서 눈 부분만 촬영할 수 있었고, 문어가 산호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필자의 위치가 좋지 않아서 문어의 전체적인 모습을 촬영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문어는 무척추 동물중 가장 복잡한 뇌를 가졌고,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해결을 익힌다고 한다. 또한 문어는 때때로 주변과 비슷한 색으로 변하거나 기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데, 흰색은 공포, 붉은색은 화가 났을 때의 색깔이라고 한다.
안전정지 수심에 이르러서 잔압계를 확인하니 그 사이에 공기 잔압은 20바로 떨어져 있었다. 이 정도로는 3분 동안 호흡이 힘들 것 같아서 근처에 있는 윤교수에게 다가갔고, 필자의 공기 잔량을 알려주며 짝호흡을 요청했다.
윤교수는 자신의 보조 호흡기를 필자에게 건네주었고, 필자는 정말 오랜만에 타인의 보조 호흡기로 호흡을 하게 되었다. 타인과 짝호흡을 한 것은 다이빙을 시작한 이래 이날이 3번째 또는 4번째인 것 같았다.
오전에 두 번의 다이빙을 마친 일행은 방카 보트에 올라 리조트로 돌아왔고, 점심 식사와 휴식을 마친 일행은 ‘비스타마’ 포인트로 향했다(비스타마 포인트는 리조트에서 남서쪽으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비스타마’포인트에서의 다이빙 시간은 41분, 최대 수심 41.7m(평균 수심 10.3m), 수온은 27도, 수중 시정은 매우 불량했다.
‘비스타마’ 포인트는 하강줄이 있는 바닥에 ‘Garden eel’이 무리지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은 수중 시정이 너무 좋지 않아서 관찰만 하고 촬영은 하지 못하였다. 이 녀석들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물체가 다가가면 모래 속으로 숨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