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 3분기 실적 '내리막길'…현대카드만 '역주행'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실적이 대부분 부진한 가운데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만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257억원으로 전년 동기 2078억원에 비해 8.6% 늘었다. 3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순이익은 6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1억원에 비해 31.5%나 증가했다.
롯데카드는 3분기 365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2695억원과 비교해 35.7% 증가했다. 다만 이는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것이다. 매각 효과를 제외하면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38.3% 줄어든 1676억원이다.
이외 카드사들의 3분기 순이익을 살펴보면 △삼성카드 4301억원(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 △신한카드 4691억원(20.2% 감소) △KB국민카드 2724억원(22.7% 감소) △하나카드 1274억원(23.1% 감소) △우리카드 1174억원(34.1% 감소) △BC카드 696억원(48.2% 감소) 등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권 전반에서 실적이 감소한 배경으로는 조달금리 상승이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이달 17일 4.517%다.
올해 1월 5%대를 기록했던 여전채 금리는 하향세를 보이며 3월 3%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말에는 4.938%까지 오르며 5%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상승세가 꺾인 모양새지만 카드사들의 조달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체율 악화 역시 카드사 실적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3분기 기준 이들 8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30%다. 이는 상반기 말 기준 1.58%와 비교해 0.28%포인트(p) 개선된 수치이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각 사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신한카드는 1.35%로 전분기 대비 0.08%p 하락했으나 평균치를 웃돌았다. 삼성카드의 경우 1.1%로 전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보였다. 이외 △KB국민카드 1.22%(상반기 말 대비 0.06%p 상승) △롯데카드 1.49%(0.21%p 상승) △우리카드 1.36%(0.02% 상승) △하나카드 1.66%(0.18%p 상승)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연체율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차주 대부분이 다중채무자인 만큼 언제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연체율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고, 각 사마다 대출상품을 보수적으로 취급하는 등 연체율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현재 연체율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차주 대부분이 다중채무자인 만큼 타 업권에서 리스크가 터지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내외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카드 0.85%(0.03%p 감소) △BC카드 1.33%(0.27%p 감소) 등 연체율이 개선된 곳도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8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3분기 연속 0%대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체율 하락은 대손비용 축소로 이어져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업황의 악화 속에서도 회원 성장으로 취급액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회원 유입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진행한 대출상품의 보수적 운용과 연체율 관리 등 자산건전성 중심 경영으로 0%대 연체율을 지속 달성했다"면서 "대손비용 감소로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업권 전반에서 조달금리와 연체율 상승에 따른 수익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연체율 상승으로 대손충당금이 늘어 이익이 줄었고,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4분기에도 수익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