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대한·아시아나항공, '美·日 합병 허들' 넘어야 내년에 날아오른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키로 결정
아시아나 화물사업 '알짜 사업부'로 매각 추진에 논란
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이 화물 사업 인수에 관심
아시아나항공 직원 고용승계 문제도 해결 과제로 등장
EU집행위 승인 이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도 받아야
대한항공, EU승인이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 이끄는 기폭제로 기대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의 큰 능선 하나를 넘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긴 고민 끝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을 매각하기로 2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다만 향후 화물사업 매수와 직원 고용승계 과정,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 승인 등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집행위)는 당초 지난 8월 3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 합병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EU집행위는 글로벌 항공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를 이유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10월 말까지 EU 집행위에 시정조치안 제출을 계획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시정조치안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이 거론돼 논란이 불거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화물사업 매출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대한항공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국제 화물기 운송량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 사업부'이기 때문이다.
이 안건이 시정조치안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화물사업 분리 매각’ 여부를 논의했다. 이사회는 8시간 가까이 격론을 펼쳤지만 결국 이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일부 이사들 간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한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안건 의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정회했다”며 “이사 일정을 조율해 11월 초에 정회된 이사회를 다시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화물사업 분리 매각안을 원안대로 가결 처리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5명이 참석했는데 중도 퇴장한 1명을 제외한 표결 참여 이사 4명 중 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매각안이 부결되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EU집행위가 승인을 거절해 기업결합이 무산될 가능성을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10월 말보다 늦어졌지만 대한항공이 EU 경쟁당국인 EU집행위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 분리 매각 계획과 함께 EU 4개 중복노선인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대한 국내 다른 항공사 진입 지원안을 마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쟁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시정조치 방안을 제안했지만 EU집행위가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며 "EU집행위와 협의한 내용을 종합할 때 합병안을 승인 받으려면 ‘아시아나항공 전체 화물사업 매각’을 시정조치안으로 제출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EU집행위의 이번 최종 시정조치안 제출을 시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승인 직후 시정조치안 제출 완료와 내년 1월 말 심사 최종 획득이 목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그동안 합병을 난항 속에 빠뜨린 큰 숙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최종 합병까지 넘어야 산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화물사업 매수 이행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결정 이후 현재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이 유력한 새주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물 가격을 5000억∼7000억원선으로 점치고 있다. 매각이 이뤄지면 매물 비용뿐만 아니라 기존 항공기 등에 투입될 유지 및 보수 비용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은 대한항공이 화물사업을 선점하고 있고 사업 특성상 후발 주자가 나서기 힘든 분야"라며 "특히 항공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상 어려움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원 고용승계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기업 간 결합을 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문제다. 한 예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도 고용보장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항공은 고용승계 및 유지 조건으로 화물사업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용승계 대상 직원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협력을 구하고 원활하게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도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합병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생계와 연결되는 문제이다 보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며 “대한항공이 공식적으로 고용승계를 언급했고 아직 합병이 최종 결정되지 않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EU 이외에 미국과 일본 등 경쟁당국 2곳의 심사가 남아있는 점도 대한항공이 시급하게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20년 양사 합병을 추진한 이후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국가 가운데 11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현재 EU와 미국, 일본만 남겨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DOJ)가 지난해 11월 추가 검토 필요성을 지적했으며 "다른 나라 심사 추이 및 상황을 지켜보며 지속적으로 조사하겠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한 선례가 있다.
대한항공은 EU 승인이 미국과 일본 승인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럽 경쟁당국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는데 이는 남은 기업결합심사 과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은 DOJ와 시정조치 방안을 협의해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일본은 경쟁당국과 시정조치안 협의를 끝내는대로 정식신고서를 제출 후 내년 초 모든 심사를 끝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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