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터뷰] 도자기와 옻칠의 신비로운 만남…박미란의 도태칠기 “세계로 뻗어가고 싶어요”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옻칠의 역사는 길다. 우리나라에서 옻칠이 정확히 언제 도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청동기 시대 말기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칠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그보다 더 일찍이 옻칠을 사용했다고 본다. 역사 깊은 옻칠은 여전히 트렌디하다. 한국적인 자태로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도 있고, 친환경 도료로 심각한 환경오염 걱정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옻칠 작업을 주로 하는 박미란 작가는 우리 옻칠의 매력을 깊숙이 품으면서도 신비로운 아우라를 내뿜는 도태칠기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도태칠기는 옻칠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도태칠기란 옻칠의 공예기술로, 옹기나 토기, 도자기의 표면을 옻칠로 마무리해 작업한다. 박미란 작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나전, 색칠 등 다양한 표현으로 확장하다.
박미란 작가와 칠공예는 단국대학교 예술조형대학 도예과에 입학한 늦깍이 대학생 때 인연이 닿았다. 열심히 도자기를 배우고 작업했지만 도예 작업을 완성하는 유약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그의 생각대로 구현되지 않아서다. ‘유약’이라는 좌절을 넘어설 방법으로 유약이 아닌 옷칠로 도자기 작업을 마무리하는 도태칠기를 택했다.
박미란 작가는 무작정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인 수곡 손대현 선생을 찾아갔다. 박미란 작가는 “도예 전공자이지만 옻칠의 질감과 매력에 매료되어서 2005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수곡 손대현 선생님의 제자로 입문하여 도자‧옻칠 작가로 데뷔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평균 10시간을 스승에게서 옻칠 배우는 일에 몰두했다. 그렇게 4년을 스승 곁에서 옻칠을 배우게 됐다.
열정 넘치는 제자였던 박미란 작가는 손대현 선생에게 사사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문화재 수리 기능자 자격(칠공)’을 얻었고, ‘한국 옻칠 공예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한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는 ‘문화재 수리 기능자 자격(도금공)’을 얻었고 그 다음해에는 ‘한국 옻칠 공예대전’에서 금상(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게 된다. 올해에는 ‘제26회 남원시전국옻칠목공예대전’에서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박미란 작가는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갔다. 자신만의 도태칠기에 대한 연구도 매진했다. 금속을 이용한 도자기 수리 방법 외 7건의 특허를 보유하기도 했다. 박미란 작가의 옻칠 작품은 신비로운 화려한 자태를 뿜는다. 오로라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우주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분명 옻칠은 오래토록 이어온 우리의 옛것이었는데, 그의 작품은 현재의 미학을 조화롭게 살려냈다.
그가 이처럼 옻칠에 빠지고 승승장구하게 된 원동력은 뭘까. 박미란 작가는 “옻칠은 우선적으로 친환경 도료이면서 수천 년을 견뎌올 만큼 방습, 방부, 방충 등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우수한 질감과 색감은 신비로울 만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기에 전통과 현재를 잘 이어갈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한다”며 옻칠의 매력을 언급했다.
현재 박미란 작가는 단국대학교에서 옻칠도자에 대해 수업하며 후학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는 어떨까. 그는 “단국대학교 도예과에서 옻칠 도자 과목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므로 많은 옻칠 도자 전공 작가들을 배출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에서의 다양한 전시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새로운 옻칠 신소재 개발과 후학 양성으로 옻칠 도자, 도태칠기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확장하는데 힘쓰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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