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경쟁 격화…치열한 일임·퇴직연금 '고지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인공지능(AI) 투자일임과 퇴직연금 등 로보어드바이저(RA)가 도입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며 이에 대한 핀테크 기업들의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증권사 협업뿐만 아니라 자체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새로운 알고리즘 심사도 폭증하면서 신규 시장의 고지전이 펼쳐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파운트는 이달부터 KB증권의 인공지능 투자일임 서비스 '자율주행'에 자동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KB증권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마블'(M-able)에서 서비스되는 자율주행 서비스는 AI가 자동으로 투자자 성향에 맞춰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기능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참조해 글로벌 분산 투자를 진행해 시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객이 직접 '온'(ON) 버튼을 누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동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오프'(OFF)시 로보어드바이저에 의해 매수됐던 종목을 직접 매도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은 지난해 10월 말 디셈버앤컴퍼니가 운영하는 AI 투자일임 서비스 핀트와 협업해 개시 및 서비스해왔으며, 이달부터는 핀트와 파운트 두 회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던 핀트도 최근 서비스를 개편해 원화로 글로벌 ETF에 투자할 수 있던 기조 방식에 더해 미국 달러화로 ETF에 투자하거나 미국 개별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전략을 새롭게 추가했다.
최근 미국 고금리와 중동 지정학적 우려 등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글로벌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분산투자와 간접투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로보어드바이저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핀테크 기업들의 AI 투자일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전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계약자 수는 총 14만6000명 규모로, 지난해 말(11만4000명) 대비 약 25% 증가한 수준이다.
일임 운용금액은 약 2572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계약 고객 1명당 평균 176만원가량을 로보어드바이저에 투자한 셈이다.
또 코스콤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데이터만 보수적으로 집계해도 지난 5월 말 기준 전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운용 규모는 1조8670억원으로, 2017년 말(4220억원) 대비 약 4.5배 성장했다.
애플리케이션(앱) 등 기술 접목에 익숙한 젊은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의 성장을 가속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계약자 점유율 약 79% 보유 중인 핀트의 올해 1월 말 기준 자사의 고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8%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로보어드바이저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에 맞춘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즈 테스트베드에서 지난달 9~27일 진행된 제22차 테스트베드 심사 접수를 받은 결과, 총 36개사에서 238건의 알고리즘 심사 신청이 접수됐다. 앞선 심사에서 평균 40건가량의 신청이 접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약 5~6배 수준으로 폭증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심사 회차에선 일임형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즈 운영과 관련한 심사 수요가 늘어나 신청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설립된 코스콤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는 사람의 개입 없이 알고리즘이 잘 작동해 자산 관리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 심사하는 곳이다.
이번 심사 기간은 약 7개월여가 소요될 예정이며, 심사는 △사전 서류심사 △운용심사 △시스템심사 등으로 나뉜다. 운용심사 과정에선 테스트베드에서 총 6개월간 각각의 알고리즘을 실제 운용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세부적으로 알고리즘의 합리성이나 개인 맞춤성, 포트폴리오 요건 등을 살펴본다. 또 시스템 심사로 장애 발생 시 대응 및 해킹 방지 체계 등 물리적 안정성도 확인한다.
테스트베드센터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양훈석 코스콤 혁신금융기술심사팀장은 "로보어드바이저 일임형 퇴직연금 상품이 출시되면 손실 방어에 강하고, 예적금 대비 수익률이 높은 로보어드바이저의 능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마도 이처럼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기대감이 심사 수요 폭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콤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의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다가 이를 서비스하려는 증권사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추후 증권사와 핀테크 업계간의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되고 있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는 증권사들이 여러 알고리즘을 도입하면서 알고리즘별 운영 성과나 고객의 선호 등을 살펴보는 양상"이라며 "심사를 받는 알고리즘도 늘어나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어 추후 여러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